삼삼데이 앞두고 롯데·이마트 '맞불'
평일 오전부터 800kg 물량 60% 소진
초저가 경쟁 속 얇아진 소비 풍경
개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대기 행렬은 길어졌다. 인근 신천동에서 온 50대 주부 장 모 씨는 "요즘 삼겹살 1kg 사려면 2만원은 훌쩍 넘잖아요. 고등학생, 대학생 아들 둘을 둔 4인 가정이라 식비가 만만치 않아 오늘은 작정하고 아침 일찍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마트 용산점 개점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기 위해 줄 서 있는 고객들 모습. 이마트는 이날부터 3월4일까지 삼겹살 100g당 880원을 비롯해 인기품목을 최대 50% 특가에 판매하는 '고래잇 페스타'를 마련했다. 신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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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 사정을 반영하듯, 대기 줄에 선 고객들의 표정은 단호했다. 장을 보러 나왔다기보다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비장함도 느껴졌다. 삼전동에서 온 30대 성 모 씨는 "사실 어제 저녁 식사 시간 이후 방문했다가 허탕을 쳐 오늘은 아침 일찍 나왔다"고 전했다.
'삼겹살=비싼 외식'이라는 공식이 자리 잡은 고물가 시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재료 삼겹살의 체감 가격 상승세는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국농수단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3일 기준 돼지고기 1+등급 도매가는 1㎏에 5371원(100g당 571원)으로 평년 대비 18.3%, 전년 대비 5.43% 올랐다. 소매가도 덩달아 올랐다. 같은 기간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삼겹살 소매가는 100g당 2678원으로 평년 대비 13.6%, 전년 대비 5.43% 상승했다. 외식물가는 더 부담스럽다. 서울 시내 식당에서 판매하는 삼겹살은 100g 기준 7000~8000원에 육박한다. 4인 가족이 외식을 하면 7만~8만원 수준이다.
직원이 셔터를 올리며 개점을 알리자 카트를 끌고 대기하던 주부들은 일제히 정육 코너로 직진했다. 돼지고기 100g당 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비계가 많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은 보이지 않았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 개점시간에 셔터가 올라가자마자 입장하는 고객들. 권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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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삼삼데이(3월 3일·삼겹살데이)를 맞아 돼지고기를 100g당 99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준비했다. 전국 점포에서 고객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450t 이상의 삼겹살 물량을 준비했다.
특히 990원 행사를 진행하는 수입 삼겹살의 경우 지난해 대비 2배 넘게 물량을 확대한 250t 이상 규모로 마련해, 조기 품절 없이 최대한 많은 고객이 초특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롯데마트는 20일부터 25일까지 990원 수입 삼겹살 1차 행사를 선제 진행했으며,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수입 돼지고기 매출과 객수는 모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의 경우 이날 800㎏ 이상의 당일 행사물량을 준비했으나, 오후 2시 기준 60% 이상 물량이 판매됐다.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삼겹살을 비롯해 주로 식료품, 생필품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파격 행사라고는 하지만 얇아진 지갑과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을 반영하듯 장바구니에는 할인 항목 위주로 담겼다. 성내동에서 온 40대 주부 김 모씨의 장바구니에는 우유, 삼겹살, 딸기 등이 담겼다. 우유는 다른 브랜드 우유보다 더 저렴한 PB제품으로, 삼겹살과 딸기는 행사상품이다. 김 모씨는 "행사상품이 아니면 손이 선뜻 가지 않는다"며 "요즘은 새벽배송도 잘 되어있고, 무료배송 기준도 높지 않아 늘 핸드폰으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100원이라도 저렴한 것을 고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돼지고기100g당 990원 행사 매대에 고객들이 모여 있는 모습. 권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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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잠실점 관계자는 "삼겹살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버섯, 쌈채소, 마늘 등은 물론 주류 등 구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련 상품을 담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통큰데이' 시작과 함께 매장 전반에 활기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행사를 시작하는 이마트의 경우 롯데마트보다 110원 더 저렴한 돼지고기 100g당 880원으로 맞불을 놨다. 이마트 용산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입구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까지도 인파들로 북적였다. 인근 효창동에서 온 50대 여성 정 모씨는 카트에 삼겹살을 담다 말고 '1인당 2팩' 제한 문구를 보고 직원에게 "가족 1인당 2팩씩 나눠 계산해도 할인이 적용되느냐?"고 문의하기도 했다. 정 씨는 "100g당 천원도 안하는 가격은 처음이라서요"라며 함께 온 남편과 각각 두 팩씩 챙겨 카트에 담았다.
남영동에서 온 또 다른 50대 여성 이 모 씨는 "인근에 다른 마트도 할인행사를 한다는 전단을 봤지만,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이 곳으로 왔다"며 "삼겹살과 목살만 사러 왔는데, 평소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상품들도 행사 상품들이 많아 이 기회에 이것저것 담아봤다"며 웃었다.
이마트 용산점의 돼지고기 행사 매대. 권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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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단위의 초저가 행사가 경쟁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온기가 전체로 퍼지지는 않는 모습도 보였다. 와인 및 수입 치즈 진열대 등 일부 매대는 한산하기도 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집객을 위한 최저가 경쟁이 반복되고 있지만, 소비가 넓게 퍼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선택과 집중'이 고물가 시대 장바구니 공식으로 굳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객단가는 줄고, 행사 상품 쏠림은 더 심해졌다"며 "사실 마트 간 차별화가 쉽지 않은데다, 요즘엔 새벽배송 등 온라인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체 매출 신장보다는 초저가 경쟁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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