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정책 측면에서 시리즈 상법 개정은 대성공을 거뒀다. 새 정부 출범 당시 27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파죽지세로 6000대를 돌파했다. 인공지능(AI) 붐에 올라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에 못지않게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 등으로 시장 분위기를 일신한 것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넓혔고, 2차 개정안은 대형 상장사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이어 3차 개정안은 원칙적으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했다. 시장은 정부 정책을 반겼다.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행여 상법 개정이 장차 시장 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요소는 없는지 미리 살펴야 한다. 재계는 법 개정 과정에서 장기 전략적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액주주들은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더 이상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 것도 기업들로선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맞서 백기사, 곧 우호세력에 팔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미국은 주주환원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시장이지만 다른 한편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보호 장치도 탄탄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 구글은 클래스 A, 클래스 B 주식이 따로 있다. 클래스 A는 투자자들이 사고파는 주식이다. 클래스 B는 주당 10표를 행사할 수 있는 주식으로 경영권을 보호하는 핵심 장치다. 메타 역시 10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클래스 B 주식이 있다. 차등의결권은 구글 등이 단기 실적에 구애받지 않고 이른바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상법 개정이 일단락된 만큼 정부·여당이 보완 입법으로 균형 잡힌 기업 정책을 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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