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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7 (금)

    ‘AI 빚투’로 최대 매출 낸 대장주의 뻔한 호실적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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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엔비디아, 예상대로 역대 최대 분기·연간 실적

    젠슨 황 “컴퓨팅 수요 기하급수적 증가” 낙관

    11분기 연속 최고 매출...91.5%가 데이터센터發

    하이퍼스케일러 빚으로 낸 성과에 주가는 급락

    올해만 0.9% 하락...“닷컴버블 때 시스코 같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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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또다시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인공지능(AI) 산업 투자 열풍 속에 더 이상 웬만한 최대 실적 소식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는 까닭이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대규모 자본지출(CAPEX) 계획과 이에 따른 부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에 역부족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현금 흐름이 앞으로 좋아질 것이며 AI가 소프트웨어(SW) 회사들의 주력 서비스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주장했지만, 월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황 CEO가 AI 산업의 미래에 대해 늘 낙관론만 펼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발언의 파급력은 작았다. 월가에 ‘AI 약세론’이 엔비디아의 호실적보다도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관련주들이 당분간 부담을 안게 됐다.

    엔비디아 예상대로 역대 최대 분기·연간 실적....젠슨 황 “컴퓨팅 수요 기하급수적 증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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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비디아는 지난 25일(현지 시간) 장 마감 후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681억 3000만 달러(약 98조 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분기 매출액이자, 금융정보 업체 LSEG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 662억 달러도 웃돈 수치였다. 분기 매출액 가운데 623억 달러는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나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1.62달러를 기록해 월가 예상치 1.53달러를 웃돌았다. 연간 매출액도 전년보다 65% 증가한 2159억 달러(약 312조 원)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엔비디아는 나아가 2027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매출액도 7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또한 월가가 예상한 726억 달러를 넘어선 숫자였다. 수출 불확실성이 여전한 중국 시장 실적을 뺀 액수인데도 이같이 많았다.

    황 CEO는 실적발표회에서 “컴퓨팅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에이전트형 AI의 전환점이 도래했다”며 “‘그레이스 블랙웰’은 현재 추론 분야 최강자이고 ‘베라 루빈’은 이 같은 지배력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이어 ‘고객사들의 현금 흐름이 나빠지면 엔비디아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새로운 AI 세계에서 컴퓨팅은 매출과 동일한 것”이라며 “현재 3000억∼4000억 달러 규모의 컴퓨팅 기반이 깔려 있지만 이는 아직 적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빅테크들의 엔비디아 AI 칩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 셈이다.

    황 CEO는 아울러 엔비디아가 최근 투자 금액을 기존 1000억 달러(약 145조 원)에서 300억 달러(약 43조 원)로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진 ‘챗GPT’ 개발사 오픈AI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며 낙관했다. 그러면서 “오픈AI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에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픈AI는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강조하고 있는 우주 데이터센터에 관해서는 “현재 경제성은 좋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고객사를 위한 소량의 ‘H200’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매출을 내지 못했다”며 “중국으로 수입이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메모리반도체 품귀 현상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몇 분기 이상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면서도 게임 부문에 관해서는 “메모리 공급 제약이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투자 붐’에 11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웬만한 호실적은 호재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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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 CEO는 25일 CNBC 인터뷰에서는 AI의 급속한 발전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수익 구조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시장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재차 선을 그었다. 황 CEO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AI가 소프트웨어 도구를 대체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활용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황 CEO는 최근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앤스로픽이 갈등을 빚은 것과 관련해서는 “양쪽 모두 합리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평가를 피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와 만나 27일 오후 5시까지 이 부처의 AI 모델 사용 요구 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앤스로픽은 미군이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클로드’를 활용하면서 AI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자사 철학과 충돌하자 이를 용인할 수 없다고 맞섰다. 현재 국방부의 기밀 네트워크용으로 사용되는 AI는 클로드뿐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앤스로픽과 2억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숫자로 드러난 엔비디아의 실적은 좋았지만, 월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실적 발표 이튿날인 26일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5.46%나 급락하며 전체 시장에 부담을 줬다. 엔비디아의 부진으로 애플(-0.47%), 아마존(-1.29%), 구글 모회사 알파벳(-1.76%), 브로드컴(-3.19%), 테슬라(-2.11%), 마이크론(-3.13) 등 다른 기술주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각각 0.54%, 1.18%, 3.19% 하락했다.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것은 시장이 이 회사의 사상 최대 실적을 더 이상 대단한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둔 것은 벌써 11개 분기째다. 지난해부터 미국 경제 자체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상황이라 관련 칩 시장을 과점하는 엔비디아의 매출이 매분기 늘어나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기대로 지난해 6월부터 이미 부동의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엔비디아의 꾸준한 실적 증가는 주가에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직전인 이달 17~25일 정규장에서 7거래일 동안 하루를 빼고 매일 오르며 6.97%나 상승했다. 26일 5.55% 하락은 엔비디아의 실제 실적이 그간 월가가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쳤음을 시사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 들어 26일까지 0.9% 뒷걸음질친 상태다.

    매출 91.5%가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발생...마이클 버리 “닷컴버블 때 시스코와 비슷”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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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가는 외려 엔비디아의 매출이 여전히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음에 주목했다. 분기 매출의 91.5%가 AI 데이터센터에서 나온 까닭이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연초에 제시한 올해 자본지출 계획은 아마존 2000억 달러, 구글 1750억∼185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 1400억 달러, 메타 1150억~1350억 달러에 달한다. 모두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웃돈 액수다. 이들 기업은 호실적을 내놓고도 과잉 투자 경쟁에 대한 우려를 받으며 주가가 곧장 곤두박질쳤다. 이들에 기업용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오라클까지 포함한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자본지출 예상액을 모두 합하면 6600억 달러(약 96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이들의 지출은 상당분이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 빅테크들이 AI 시장에서 돈을 벌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는 구조가 아니라 당장 빚부터 내 돈을 쓰는 형국이라는 얘기다. 신용이 무한대가 아닌 이상 빚을 계속 늘려 성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라클만 하더라도 올해 450억∼500억 달러(약 65조 7000억∼73조 원)의 자금을 회사채와 주식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엔비디아의 현 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월가가 의문을 표시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서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AI 약세론자들이 3년 만에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AI 투자와 높은 주가를 납득하게 할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 엔비디아와 오라클 주식 공매도에 베팅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WSJ에 따르면 오라클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지난달 말 이미 2%를 넘어섰다. 이는 1년 전 1.5%에서 확연히 오른 수치다.

    WSJ는 최근 앤스로픽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오라클이 오픈AI와 30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은 점에 관해 투자자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또 AI 약세론자들이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의 급증하는 부채에도 베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고객들에게 오라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채권을 공매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으로 이름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26일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 계정에 글을 쓰고 엔비디아가 1990년대 중후반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시대의 시스코와 비슷하다고 혹평했다. 엔비디아의 ‘구매 약정’이 1년 전 162억 달러에서 952억달러로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구매 약정은 엔비디아가 일정 수량을 사겠다고 반도체 기업들에 약속한 물량을 뜻한다. 시스코는 닷컴버블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2000년 3~10월 주가가 무려 90% 이상 폭락한 경험이 있다. 버리는 “2000~2001년 시스코도 연 50% 성장 기대에 맞춰 공급업체들과의 구매 약정을 확대해 생산능력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몰락에 베팅하고 큰돈을 벌어 유명해진 인물이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AI 과잉 투자론을 누르지 못하면서 한동안 기술주 투자 심리도 획기적으로 나아지기는 어렵게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에도 월가는 AI 기술이 한 차례 더 진화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나오길 고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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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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