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없는 디지털자산기본법]②
'형식은 증표, 실질은 자산'…법적 성격 논란
스테이블코인 이원화했지만 규율은 유사 지적도
개념 정리 없이 세부 규율…입법 완성도 도마 위로
이 기사는 2026년02월27일 17시51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둘러싼 논란이 조문 체계를 넘어 정의 단계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엇을 규율하는 법인지에 대한 개념 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세부 규율이 배치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비공개 자문 회의에서는 자산의 법적 성격과 시장 범위를 우선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 체계가 불안정할 경우 인가·감독·제재 구조 역시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여당 디지털자산기본법 태스크포스(TF) 내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무엇을 규율하는 법인지에 대한 개념 정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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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인가 증표인가"…법적 성격부터 충돌
27일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과 자문위원 검토 의견 등에 따르면 최근 비공개 자문 회의에서는 디지털자산 정의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안은 디지털자산을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전자적으로 이전·저장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전제로 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형식은 증표, 실질은 자산인 셈이다.
복수의 자문위원들은 토큰 자체에 독립된 가치가 존재하는지 아니면 별도의 기초 자산을 표시하는 수단인지에 따라 법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트코인처럼 토큰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형성하는 유형과 실물자산을 토큰화한 RWA(실물자산 기반 토큰)는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자산성과 증표성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담보 설정과 강제집행 대상 특정 등 후속 규율에서 해석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일부 자문위원은 정의의 중심을 자산에 두고 필요 시 증표 개념을 보완적으로 두는 방식이 보다 정합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과 형식을 구분하지 않을 경우 규율 범위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정의도 혼선…스테이블코인 구분도 모호
디지털자산시장에 대한 정의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문위원들은 시장 개념이 정의 조항과 본문 규율 구조에서 일관되게 정리되지 않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범위는 인가 대상과 감독 권한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어디까지를 시장으로 볼지에 따라 규제 대상이 달라진다. 시장 범위를 확정하지 않은 채 업권을 나누면 시행 단계에서 해석 충돌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거래소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까지 포함하는지, 단순 중개나 장외거래까지 포섭하는지에 따라 규제 범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다수 자문위원들은 시장 범위를 먼저 확정하지 않으면 감독 체계 설계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업권을 나누고 의무를 부과하면 시행 단계에서 해석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이블코인 구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초안은 스테이블코인을 가치안정형과 지급용 가치안정형으로 나눠 정의한다. 그러나 두 유형 간 준비자산 요건이나 인가 요건이 조문상 명확히 차등화돼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다. 자문위원들은 정의를 이원화했다면 규율도 구조적으로 달라야 하는데, 현재 조문만으로는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테이블코인 정의 중 '통화를 갈음하여'라는 문언도 논란이 됐다. 초안은 지급용 가치안정형 디지털자산을 "불특정 다수인 간에 지급을 위하여 통화를 갈음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자문위원 중 일부는 이 표현이 법정통화 대체성을 요건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지급에 사용될 수 있는 수단을 넘어 통화를 대체하는 기능까지 전제하는 것으로 읽힐 경우 정의 범위가 불필요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설명이다.
사안에 정통한 국회 한 관계자는 "정의 단계에서의 작은 차이가 감독과 제재 단계에서는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규제 강도 논쟁 이전에 기본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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