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부터 몽쉘까지 제과업계 '미투 전쟁'
업계 "신제품 위험 부담"…전문가 "매력 저해"
제과업계에서 느닷없이 '미투' 제품들이 다시금 등장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다 원가 부담이 커 신제품 개발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지만, 전문가는 이러한 미투 제품들이 자칫 K-푸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롯데웰푸드·오리온 각 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K-푸드가 매해 수출 최대치를 달성하면서 글로벌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제과업계에서는 느닷없는 '미투' 제품들이 다시금 등장해 의구심을 자아낸다. 업계는 미국발 관세 위협이 지속하면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신제품 출시까지 위험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미투 제품은 기업 스스로 이미지를 갉아먹는 것이며, 자칫 K-푸드 전체 경쟁력이나 신뢰도마저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최근 생크림 파이인 '쉘위'를 출시했다. 오리온은 쉘위의 크림 함량이 26%에 달한다며, 이는 국내 양산형 파이 중 독보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오리온은 쉘위를 '클래식'과 '카카오' 두 가지 맛으로 선보였다.
문제는 쉘위가 롯데웰푸드의 '몽쉘'을 본뜬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몽쉘은 지난 1991년 출시한 제품으로, 현재 '오리지널'과 '카카오' 두 가지 맛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 쉘위는 몽쉘 특유의 초콜릿 물결 무늬처럼 직선 형태로 코팅됐으며, 패키지 색상도 초콜릿색과 크림색으로 꾸며졌다. 제품명도 몽쉘과 비슷한 폰트이며, 파이 구성도 1박스당 12개로 몽쉘과 똑같았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쉘위가 몽쉘보다 저렴해서 먹어봤는데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몽쉘이 더 두툼하고 초콜릿이 주는 풍미도 다르다" 등의 상반된 반응을 내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를 미투 제품이라고 부른다. 미투 제품은 특정 회사의 인기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을 때, 경쟁사들이 그 제품의 맛과 모양, 이름, 패키지를 본떠 출시하는 제품을 뜻한다.
제과업계에서 느닷없이 '미투' 제품들이 다시금 등장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에다 원가 부담이 커 신제품 개발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지만, 전문가는 이러한 미투 제품들이 자칫 K-푸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태제과, 롯데웰푸드, 오리온 각 사 |
미투 제품은 1970년대 오리온이 만든 초코파이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리온(옛 동양제과)은 지난 1974년 초코파이를 출시한 후, 1976년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를 등록했다. 그러나 1979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가 똑같은 모양의 초코파이를 냈고, '롯데 초코파이'로 상표등록을 마쳤다. 1980년대 들어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도 나란히 초코파이를 선보여 미투가 횡행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둘러싸고 경쟁사들이 난립하자, 1997년 법원에 이들의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초코파이가 보통명사처럼 쓰이면서 식별력이 상실됐다"라는 이유로 경쟁사들의 손을 들었다. 오리온이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등록을 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미투 제품은 2010년대 들어 또다시 제과업계를 강타했다.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터버칩'이 등장하면서 공급망 대란과 함께 품귀현상을 일으켰고, 오리온과 롯데제과, 농심 등이 자사 감자칩에 허니버터 맛을 입혀 미투 전쟁을 펼쳤다. 미투 제품들은 허니버터칩 특유의 노란색 패키지를 그대로 본뜨면서 논란을 키웠다.
외에도 오리온이 1976년 출시한 '오징어땅콩'을 롯데제과가 베꼈고, 이에 질세라 오리온은 1986년 롯데제과가 선보인 '카스타드'를 그대로 따라 했다. 제과업계에선 단순 따라하기를 넘어 제품명까지 교묘하게 바꾸는 미투 제품도 등장했다. 해태제과가 1981년 만든 '홈런볼'을 롯데제과가 '마이볼'로 뒤틀었고, 해태제과가 1984년 출시한 '오예스'를 오리온이 '오와우'로 선보였다.
크라운제과는 삼양식품이 1973년 낸 '짱구'를 '못말리는 신짱'으로 판박이로 출시했고, 롯데제과는 서울식품이 1982년 만든 '뻥이요'를 '뻥소리'로 유사하게 내놨다.
2023년에는 농심 '먹태깡'이 어른용 스낵으로 대유행을 타자, 이와 비슷한 미투 제품들이 판을 쳤다. 이번에는 편의점 업계까지 자체 브랜드(PB)로 가세해 GS25가 '먹태쌀칩 청양마요맛'을, 세븐일레븐이 '먹태이토'를 선보였다.
소비자들도 이러한 미투 제품들이 상도의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빗발쳤다. 소비자들은 "똑같이 베껴놓고 가격만 저렴하게 팔면 되는 거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연구해서 좋은 제품을 개발해야지 양심이 없다" 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1일 오후 7시 찾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K-푸드 구역인 'Must-Haves of Korea : K-Food'에서 과자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손원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무역협회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117억 달러(한화 약 18조원)를 기록했다. K-푸드 수출액은 5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기면서 매해 성장세를 그려가고 있다. 그러나 K-푸드 기업들은 미국발 관세 위협이 끊이질 않으면서 대응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상기후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원가 부담마저 커지고 있어 경영에도 큰 부담이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로는 한계가 있어 수출로 타개해야 하는데, 무역 불규칙성이 나날로 커져 기업이 대응하기에도 어려운 처지"라며 "경쟁사들의 인기 제품을 유사하게 내는 배경도 이러한 현상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마친 데다 실패할 확률도 적어 실적 방어와 손익 관리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러한 태도가 자칫 K-푸드 전체 이미지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투 제품은 기업 이미지 자체를 망가뜨리는 행위일 뿐"이라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라도 소비자들에 따라 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려서라도 이전과는 조금이라도 다른 차별화한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미투는 K-푸드 경쟁력과 매력마저 저해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