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 기숙사 수용률 13.2%에 학생들 울상
"신축 원룸은 월 80만원 선"…"전세는 거의 없어"
고시텔·코리빙 월세 100만원대…하숙비도 잇단 인상
"기숙사 확충 등 학생 주거 물량 늘려야"
서울 대학가 원룸 광고 전단 |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인턴기자 =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50만원이요? 요즘 고시원이랑 반지하도 (월세) 60만원은 넘어요."(성북구 고려대 인근 부동산 관계자)
"3년 전 90만원대였던 월세가 20만원 이상 올랐는데 지방 출신이라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신촌 7평 오피스텔 거주 대학생 김모(25) 씨)
신학기를 앞둔 서울 대학가에는 원룸, 하숙집, 고시텔을 가리지 않고 "월세가 또 올랐다", "빈방이 없다"는 아우성이 크다.
2월 마지막 주 방을 보러 온 학생과 학부모는 한숨부터 쉬고, 중개업소는 "며칠만 늦어도 매물이 사라진다"고 재촉했다.
권대중 한성대 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결국 공급 확대가 해법"이라며 "대학이 기숙사를 확충하는 등 학생 주거 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가 하숙집 |
◇ "원룸 월세 2년 전보다 20만원 넘게 올라"
작년 10월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대학(408개)의 기숙사 수용률은 22.2%로 2024년(22.8%)보다 0.6%포인트 감소했다. 이 중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7.8%에 그친다.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알리미 2025년 통계(전국 467개 대학)에서도 서울 지역 78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은 13.2%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학생이 민간 임대 시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고려대 인근의 하숙집에 들어간 대학생 김모(21) 씨는 27일 "기숙사에 떨어진 뒤 원룸을 알아봤지만 보증금 부담이 커 하숙을 택했다"며 "하숙집 역시 비용이 만만치 않고 공동생활로 인한 불편함도 있지만 기숙사 2차 모집에서도 탈락해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아들이 한양대에 입학해 성동구 대학가 인근에 원룸을 구한 50대 최모 씨는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해 원룸을 알아봤는데 보증금 자체도 부담이었고, 관리비와 전기·난방비까지 더하면 체감 비용이 상당했다"며 "예산에 맞추다 보니 주거 환경이 다소 열악한 공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보증금 1천만원 기준, 전용면적 33㎡ 이하)의 월세는 62만2천원, 관리비는 8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월 대비 각각 2.0%, 5.1% 오른 수치다.
고려대 인근 공인중개인사무소 김영기 대표는 "작년에 비해 월세가 5만~10만원은 올랐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도 "월세 60만원으로는 괜찮은 매물을 찾기 어렵다"며 "대학가에서 이른바 '집다운 집'에 살려면 최소 7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신촌 대학가 부동산 관계자 박모 씨는 "보증금을 올리면 월세를 일부 낮출 수는 있지만, 신축 원룸은 월 80만원 선"이라며 "전세 매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자연히 학생들은 울상이다.
혜화역 인근 14평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23) 씨는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30만원을 내고 있고 관리비를 포함하면 매달 140만원 안팎"이라며 "2년 전보다 20만원 넘게 올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전세를 구하려 했지만 매물이 없어 그대로 살고 있다"며 "주변 친구 중에는 집주인이 보증금을 2천만원 넘게 올려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본가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윤모(25) 씨는 "보증금 9천만원에 월세 60만원을 내고 있다"며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을 높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이라며 "청년 월세 지원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월세를 올린 사례도 주변에서 봤다"고 말했다.
대학가 하숙집 내부 |
◇ 고시텔도 100만원 육박…코리빙하우스 "월 120만원부터"
원룸보다 저렴하다지만 하숙집도 만만치 않다.
고려대 인근 한 하숙집 주인은 "반지하 방이 보증금 80만원에 월세 47만원이며, 하루 두 끼를 제공한다"며 "물가 상승으로 남는 게 없어서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강을 앞두고 빈방은 하나뿐"이라고 덧붙였다.
뷔페식으로 하루 두 끼를 제공하는 신촌의 한 하숙집은 보증금 없이 월세 58만원이다. 60대 주인 최모 씨는 "지난해 52만원에서 (월세를) 올렸지만 주변과 비교하면 큰 폭은 아니다"라며 "밥해주는 걸 생각하면 학생 입장에선 남는 장사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대학가 하숙집 |
원룸, 오피스텔보다 초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시텔·셰어하우스·코리빙하우스로 눈을 돌리는 학생도 늘고 있지만 역시 부담이 크다.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85만원인 고려대 인근 한 고시텔은 24일 현재 만실이었다.
신촌의 한 고시텔은 3평 남짓 방이 보증금 없이 월 90만원대에 나와 있다.
셰어하우스, 코리빙하우스 등 공유 주택은 개인 침실은 따로 쓰되 거실·주방·세탁실 등을 함께 사용하고 독서실이나 헬스장 등 공용시설을 갖춘 구조다.
신촌의 한 셰어하우스는 보증금 500만원에 3인실은 월세 69만원부터, 1인실은 월세 127만원이다. 안암동 한 코리빙하우스는 월세 120만원에 관리비 25만원 이상이 더해져 실제 부담액은 140만원 안팎이다.
서대문구 한 코리빙하우스에 거주 중인 대학생 김모(26) 씨는 "편의시설은 갖춰져 있지만 월세가 높아 대학생보다 직장인이 많은 편"이라며 "인근 오피스텔이 더 저렴해 이사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학가 원룸 광고판 |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전세 물량이 감소하는 게 대학생 주거 부담 심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권 교수는 "전세 사기 사건 이후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전세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졌고, 그 결과 전세 매물이 크게 줄었다"며 "기숙사 수용률이 낮아 외부 임대시장으로 수요가 유입되는 점도 월세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임대인들이 매달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시장에 전세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월세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minj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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