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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8 (토)

    “서른 살 피카츄, 3억 봉의 기적”…레이디 가가도 홀린 ‘포켓몬’ 30년의 독주 [김기자와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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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2월27일 게임 출시…올해 30주년

    1999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최초 방영

    캐릭터 들어간 ‘빵’ 출시에…주객전도 소비

    ‘포켓몬스터 카드’로 데자뷔…체험 IP 진화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1999년 이 마법 같은 주문에 완벽히 점령당한 아이들은 매주 수·목요일 오후 SBS 방송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골목길을 달렸다.

    집에서 만화를 보고 바깥에 나오면 슈퍼의 포켓몬스터 빵이 이들을 반겼다.

    1000원도 안 되는 푼돈에 포켓몬스터 스티커가 든 빵을 손에 넣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던 아이들은 이제 학부모가 돼 자녀 손을 잡고 다시 포켓몬의 세계를 탐험한다.

    1996년 2월27일 일본에서 게임으로 시작해 세계로 퍼져나간 포켓몬이 올해 서른 돌을 맞으며 아동 애니메이션을 넘어 세대와 국경을 잇는 거대한 글로벌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세계일보

    2017년 8월14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피카츄 카니발 퍼레이드’에서 포켓몬스터 피카츄 인형을 쓴 100명의 댄서 등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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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장 직후 전국 강타…포켓몬 신드롬

    국내에서 포켓몬은 1999년 6월 어린이 만화 잡지 ‘팡팡’ 연재를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SBS에서 처음 방송돼 전국을 강타했다.

    롯데제과의 ‘캔스탑2 포켓몬스터’ 스낵과 샤니의 ‘포켓몬스터 빵’ 출시로 이어져 아이들도 단숨에 매료했다.

    그해 11월 전국 시청률 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의 전국 1000가구 4∼12세 어린이 대상 조사에서 서울(21.8%), 경기·인천(30.9%), 대구(24.4%), 부산(21.5%)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할 만큼 포켓몬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2000년 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는 포켓몬 신드롬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시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포켓몬 스티커(띠부씰)를 수집했으며, 이 중 16%는 스티커만 챙기고 정작 빵은 버리는 ‘주객전도’ 소비로 기성세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업계에서는 스티커는 판촉 수단일 뿐이며, 각종 행사와 마케팅에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유행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선풍적인 인기는 국내에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캐릭터를 무단 복제한 중국산 아동복과 가짜 인형 등을 수입한 일당이 입건되는 등 저작권 침해 사례가 잇따랐다.

    포켓몬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2022년 SPC삼립이 재출시한 빵은 40일 만에 1000만개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빵이 아닌 추억을 산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026년 포켓몬코리아 신년회’에서 경재형 SPC삼립 대표는 “포켓몬 빵의 누적 판매액은 3200억원, 누적 판매량은 3억2000만봉에 달한다”고 밝혔다.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의 힘과 소비자의 깊은 애정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세계일보

    지난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포켓몬스터 카드숍에 캐릭터 중 하나인 ‘팬텀’ 인형이 진열되어 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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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뛰어넘는 데자뷔…국경도 없다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용산점의 포켓몬스터 카드숍 풍경은 3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묘한 데자뷔를 불러일으킨다.

    지난 20일 오후 1시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약 30명의 이용자가 모여 앉아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였다. 한 팩에 다섯 장, 한 박스에 서른 장인 카드 꾸러미를 대량으로 구매하자마자 테이블로 직행하는 이들의 모습은 사뭇 비장했다.

    이들이 즐기는 ‘포켓몬 카드 게임’은 60장의 카드로 ‘덱’을 구성해 상대와 대결하는 방식이다.

    필드에 포켓몬을 내보내고 에너지를 붙여 기술을 사용하며, 상대 포켓몬을 쓰러뜨려 ‘프라이즈’ 카드를 먼저 6장 가져오는 쪽이 승리하는 정교한 전략 게임이다.

    현장에는 외국인 관광객 10여명도 눈에 띄어 포켓몬이 언어를 뛰어넘은 세계 공통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카드숍은 용산점 외에도 인천과 대구, 울산, 광주, 부산 등 전국 주요 지역에서 총 1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포켓몬코리아가 최근 유튜브에서 공개한 30주년 기념 영상은 팝스타 레이디 가가부터 블랙핑크 지수, 축구 신성 라민 야말, F1 레이서 샤를 르클레르 등 각 분야 글로벌 스타들의 ‘최애’ 포켓몬 소개로 화제가 됐다.

    1980년대생 팝스타부터 2000년대생 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포켓몬이라는 콘텐츠가 전 세대를 관통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스터는 세대 간의 소통을 돕고 새로운 영감을 주는 독보적인 콘텐츠가 됐다”며 “포켓몬스터 IP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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