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P5 동시 건설에 하루 2만명 투입…반도체 수요 증가에 공기 효율화
현장 인력 늘며 지역 상권도 '들썩'…"지역 경제·산업 경쟁력 제고"
연장 근무 후 퇴근하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건설 노동자들 |
(평택=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지난달 24일 오후 7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형형색색 안전모를 쓴 건설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수천여명의 발걸음 소리가 겹치며 일대가 소란스러워졌다. 대형 버스와 통근용 승합차에 오토바이와 자전거까지 몰리면서 도로는 순식간에 정체 구간으로 변했다.
계단을 따라 이어진 인파는 30분 넘게 끊이지 않았다. 하루 작업을 마친 근로자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지만,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동료의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에는 경쾌함도 엿보였다.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최근 매일 연장 근무가 이어지면서 오후 5시에 시작되던 퇴근길 북적이는 풍경은 2시간 늦춰진 모습이다.
평택캠퍼스 4공장(P4) 현장에서 근무하는 윤성만(52)씨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2월부터 대부분이 2시간씩 더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장 근무 후 퇴근하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건설 노동자들 |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현장은 쉽게 잠들지 않았다.
공장 외곽을 따라 설치된 조명이 밤하늘을 밝혔고, 상공에는 40대가 넘는 타워크레인이 등을 깜빡이며 거대한 철골 숲을 연상케 했다.
퇴근 인파가 출입구로 몰려들기 직전, 계단을 거슬러 오르며 작업을 일찍 시작하는 철야 인력도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일부 구간에서 전기 케이블 작업과 마감 공정을 이어가며 대규모 인력이 빠져나간 현장을 분주한 움직임으로 채웠다.
삼성전자는 P4 현장 내 자재 운반, 코어 마감, 전기 케이블 풀링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야간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작업 간섭을 최소화해 공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관리자로 일하는 40대 김모씨는 "최근 몇 개월 사이 노동자들이 많아진 걸 체감하고 있다"며 "오후 9시까지 야근하는 경우도 있고, 철야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장 근무 후 퇴근하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건설 노동자들 |
현재 평택캠퍼스에서는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인 P4와 P5 건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두 공장을 합쳐 약 2만명의 건설 노동자가 투입되고 있으며, 다음 달부터는 투입 인력이 3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 건설 현장에 소도시 규모에 맞먹는 인력이 모이는 셈이다.
두 달 전 현장에 합류했다는 김모(31)씨는 건설업에 종사한 적은 없지만, 이곳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원룸을 구해 평택에 왔다고 한다.
김씨는 "식비도 지원받고 있어 예상보다 돈을 더 빨리 모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적어도 올해까지는 계속 근무할 계획"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P4에서 근무하는 노모(36)씨는 "현재 반도체 공장에 인력 수요가 많다 보니 조선 등 다른 업종에 비해 처우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설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4 |
대규모 인력이 모이며 현장 곳곳에는 안전 관리도 강화된 모습이었다.
이동 중 휴대전화 사용을 삼가라는 안전 수칙과 함께 '우리 현장은 안전하지 않으면 절대 작업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강조됐다.
노동자들은 모두 안전모와 형광 작업 조끼를 착용했고, 퇴근길 도로에는 신호수들이 차량 이동을 통제하며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출입구 주변에는 보안 절차도 반복됐다. 홍채 인식 등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현장 출입이 가능했고, 사진 촬영은 철저하게 제한됐다.
건설 현장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반도체 공장은 국가 기간 산업 시설로,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건설 인력 역시 외국 국적은 고용하지 않는다.
건설 중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5 |
평택캠퍼스 초기 공사부터 참여해온 전기 작업자 이모(41)씨는 "재작년에 공사가 중단됐을 때는 이 일대 상권이 거의 죽은 분위기였다"며 "저녁이면 불 꺼진 가게가 많았는데, 지금은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도시 전체에 사람이 많아진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실제 캠퍼스 인근 상권은 저녁 시간마다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고깃집과 국밥집, 편의점 앞에는 작업복 차림의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44)씨는 "공사가 재개된 뒤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함바집'으로 불리는 현장 근처 식당들은 자체적으로 버스를 운용하며 아침·점심·저녁 시간대 노동자들을 태워 나르고 있다.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이모(57)씨는 "점심때만 버스 4대를 돌린다"며 "전체 좌석이 270석 정도인데, 만석은 물론이고 대기 줄이 생길 때도 많다"고 전했다.
인근 편의점 직원은 "예전에는 저녁 8시 이후 손님이 뚝 끊겼는데, 요즘은 야간작업 인력까지 더해져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P4와 P5는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차세대 메모리 제품의 중장기 공급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구축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생산 기반 확보 속도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 구축 속도가 곧 경쟁력"이라며 "공기 효율화를 통해 가동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P5는 P1∼P4 공장이 클린룸을 1∼2층으로 배치한 '더블 팹' 구조인 것과 달리 클린룸을 3개 층으로 쌓아 올린 '트리플 팹' 구조로 건설해 생산 효율을 한층 높인다.
삼성전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P5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부분 가동 중인 P4의 공기를 효율화해 양산 체계를 빠르게 갖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평택사업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단지로, 국내 반도체 공급 기반 강화와 산업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확대, 고용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와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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