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동북권 초소형 빌라 전월세 전환율 5%대⋯강남보다 높아
보증금 1억 전환할 땐 연 80만원 차이⋯서민 주거비 부담 가중 요인
특히 이재명 정부의 주택 규제 강화로 퇴로가 막힌 임대인들이 세금 부담을 월세로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아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세입자가 오히려 더 높은 요율을 부담하는 이른바 '주거비 역설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성북구 일대의 거리에 들어선 빌라 건물들. [사진=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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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60%를 돌파하며 '월세 뉴노멀'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별·계층별 불평등이 심각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서울 동북권(노원·도봉·강북)과 서남권(강서·관악·구로)의 30㎡(약 9~10평) 이하 초소형 빌라 전월세 전환율은 평균 5.2~5.5%를 기록했다. 반면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동남권) 빌라의 전환율은 4.4~4.6% 수준에 그쳤다.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전환율(4.7~4.8%)보다도 서민 지역 빌라의 월세 요율이 훨씬 높은 셈이다.
이에 비해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동남권) 빌라의 전환율은 4.4~4.6% 수준에 그쳤다. 서울 전체 아파트 평균 전환율은 4.7~4.8%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의 빌라 세입자가 더 높은 요율을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요율로, 사실상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지불하는 '주거 이자'의 성격을 띤다. 예를 들어 보증금 1억 원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전환율 5.3%가 적용되는 서남권 빌라 세입자는 연간 약 53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반면 전환율 4.5% 수준인 강남권 빌라 세입자는 약 450만 원만 내면 된다. 같은 보증금을 기준으로 해도 연간 80만 원, 매달 약 7만 원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한다. 자산 여력이 크지 않은 사회초년생이나 1인 가구가 오히려 더 가혹한 주거비 구조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역설적으로 '낮은 매매가'가 꼽힌다.
동북권 지역은 서울 내에서 상대적으로 빌라 매매가가 낮게 형성돼 있고, 대학가가 몰려있는 경우가 많아 사회초년생이나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저가형 초소형 빌라가 밀집해 있다. 집값이 낮으니 전세 보증금도 낮지만, 역설적으로 임대인들은 낮은 보증금에 따른 수익률 저하를 보전하기 위해 더 높은 전환율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 사기 여파가 컸던 '빌라 타운'이 주로 이 권역들에 포진해 있어,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와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서로 어우러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반면 강남권은 빌라 가격 자체가 높고 수요가 꾸준해, 굳이 높은 전환율을 적용하지 않아도 임대 수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성북구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동남권은 매도와 임대 시장 모두 가격 하락 폭이 적어 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주거비 부담의 무게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무겁게 작용하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시장 원리를 넘어 사회적 격차를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자산이 없는 서민들이 더 높은 주거 비용을 지불하면서 저축 여력이 줄어들고, 이것이 다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박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사기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진 이후 무너진 빌라 임대차 시장의 신뢰를 복원하지 못하면 이렇게 '월세 빈곤층'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고가 아파트의 상승세를 억제하는 상징적 효과는 있겠지만, 정작 서민 주거 안정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로 인해 빌라·오피스텔 시장의 공급이 위축되고, 매도가 막힌 임대인들이 세금 등 늘어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면 서민에겐 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시장 금리와 수요·공급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지표이지만, 그 부담이 어느 계층에 집중되고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월세 중심 구조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지역 간 격차가 구조화할지,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에 대해서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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