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2 (월)

    [르포]“영하 30도의 빙판에서 본 차세대 브레이크의 힘”...아우모비오, 전동화 제동 기술 완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혹한의 아르비자우르서 빙판길 테스트
    MK C시리즈, 브레이크 진화의 첫 단계
    AI가 조율하는 차세대 브레이크 AIPA
    완전 전동화로 가는 세미-풀 드라이


    파이낸셜뉴스

    독일 전장기업 아우모비오는 지난 1992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에 드라이빙 센터를 설립해 빙판길 주행 테스트를 이어오고 있다. 아우모비오 제공. 아우모비오 관계자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 소재 아우모비오 드라이빙 센터에서 기자단에게 트랙 구조와 주행 유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아우모비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아르비자우르(스웨덴)=김동찬 기자】서울에서 비행기를 네 차례 갈아타는 24시간의 대장정 끝에 만난 스웨덴 북부의 아르비자우르. 영하 30℃까지 떨어지는 꽁꽁 언 동토(凍土)에서 다시 차를 타고 30여 분을 달려 아우모비오가 1992년 문을 연 테스트센터에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도착했다. 직경 200m의 대형 원형 트랙과 500m 규모의 롱 레인이 얼어붙은 호수 위에 조성돼 있고, 아스팔트 구간과 급경사 코스까지 갖춘 이 시설은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동계 한계 주행 시험을 위해 찾는 ‘혹한 테스트의 성지’로 불린다.

    ■브레이크 혁신의 출발점, MK C
    파이낸셜뉴스

    아우모비오의 MK C2 브레이크가 탑재된 르노 차량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 소재 아우모비오 드라이빙 센터에서 빙판길 주행에 나서고 있다. 아우모비오 제공. 본지 김동찬 기자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 소재 아우모비오 드라이빙 센터에서 아우모비오의 풀드라이 브레이크가 탑재된 폭스바겐 차량에 탑승해 기술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아우모비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경험한 기술은 원박스(one-box) 브레이크-바이-와이어(BBW) 시스템인 ‘MK C 시리즈’다. 전 세계에서 MK C1(2016년)과 MK C2(2022년)의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이다.

    MK C2가 탑재된 차량의 토크를 서서히 올려 빙판 호수 위 원형 트랙으로 진입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타이어와 빙판 사이의 접지력이 점점 약해지는 순간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다. ‘딸칵’ 소리와 함께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가 개입했다. 페달 아래에서 진동이 전해졌지만 차체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유지했다. 빙판 위에서도 핸들을 통한 조향은 살아 있었다. 차를 세우는 것과 방향을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MK C 시리즈의 핵심 역량이다.

    원박스 시스템의 구조적 강점은 마스터 실린더·브레이크 부스터·제어 유닛을 단일 모듈로 통합했다는 데 있다. 덕분에 기존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대비 자율 압력 형성 속도가 대폭 빨라졌다. 긴급 상황에서 제동 개입이 더 빨리 시작된다는 의미다.

    회생제동을 100%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MK C 시리즈의 핵심 강점이다. 페달 조작과 실제 제동을 분리하는 브레이크-바이-와이어(BBW) 구조 덕분에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 힘과 무관하게 회생제동과 마찰제동의 최적 블렌딩이 이뤄진다.

    이후 인공지능 기반 파라미터 조정 기술(AIPA)이 탑재된 브레이크 시스템을 체험했다. 현재 브레이크 시스템 개발에는 수천 개의 수동 조정 매개변수가 필요하지만, 아우모비오의 AIPA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변수를 자동으로 정렬한다.

    AIPA가 탑재된 차량을 몰고 한쪽은 아스팔트, 반대쪽은 얼음으로 나뉜 노면에 진입했다. 엔지니어가 파라미터 세팅을 바꿀 때마다 차의 거동이 달라졌다. 제동 우선 세팅에서는 스티어링 반력이 강해졌고, 안정성 우선 세팅에서는 핸들이 가벼워지는 대신 제동 거리가 늘었다. 보조석 모니터에는 각 바퀴에 걸리는 제동력 배분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차량에 함께 탑승한 아우모비오 엔지니어는 이 세 가지 세팅 모두 AI가 자동 생성한 것이며 인간이 한 번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동 완성한 세미·풀드라이
    파이낸셜뉴스

    아우모비오의 세미드라이 브레이크가 탑재된 폭스바겐 차량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 소재 아우모비오 드라이빙 센터에서 빙판길 주행에 나서고 있다. 아우모비오 제공. 아우모비오의 세미드라이 브레이크가 탑재된 폭스바겐 차량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아르비자우르 소재 아우모비오 드라이빙 센터에서 빙판길 주행에 나서고 있다. 아우모비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후 세미드라이(Semi-Dry) 브레이크 시스템을 체험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전륜은 MK C2가 유압으로 제어하고, 후륜은 전기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만약 전원 공급이 끊기는 비상 상황에서는 페달이 원박스 전단과 기계적으로 연결돼 있어 전륜 캘리퍼에 유압이 직접 작용하는 ‘폴백 모드’로 전환돼 안전성을 확보한다.

    세미드라이 주행에서는 급격한 빙판길 차선 변경을 시도했다. 후륜이 미끄러지려는 순간 시스템이 전·후륜에 서로 다른 제동력을 배분해 차체를 안정시켰다. 언더스티어도, 불안한 오버스티어도 없었다. 전·후륜이 같은 유압 회로로 묶여 있었다면 이 순간 후륜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 후륜 전동 캘리퍼가 유압과 분리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차선 변경은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이번 드라이빙 테스트의 백미는 아우모비오 브레이크 시스템의 최종 단계인 ‘풀드라이(Full-Dry) 브레이크 시스템’이었다. 각 바퀴에 전자기계식 액추에이터가 탑재된 풀드라이 시스템은 두 개의 독립 컨트롤러로 구성돼 한 부분이 기능을 상실해도 나머지가 작동을 이어받는다.

    트랙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경사로 파킹 시연이었다. 빙판길과 흙길로 구성된 경사 구간에 차를 완전히 멈춰 세웠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해제해도 차체의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 일반 기계식 파킹 브레이크 차량에서는 서비스 브레이크를 풀면 서스펜션이 반응하며 미세한 쏠림이 생기지만, 4륜 전동 파킹이 동시에 잠기면서 그 움직임 자체가 차단된 것이다.

    영하 30도 빙판 위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한 기술 스펙이 아니었다. 세팅 하나가 바뀔 때마다 차의 거동이 달라지고, 유압 한 줄이 사라질 때마다 제어 자유도가 늘어나는 변화를 몸으로 체감했다. 아우모비오의 기술 로드맵이 그리는 미래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