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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2 (월)

    연체채권 매각 제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동시에…은행 건전성 영향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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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 정리는 제한, 취약차주 지원은 확대
    은행, 연체율 상승세에 채무조정 부담까지
    당국 “연체채권 방안 건전성 영향 제한적”
    헤럴드경제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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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금융당국이 연체채권 매각을 제한하고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권의 셈법이 한층 더 복잡해졌다. 부실 정리 수단은 좁히는 동시에 취약차주 지원은 늘리라는 포용금융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다. 지난해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이 연말 기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올해도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금융당국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 방안’은 금융회사들이 손쉽게 연체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한 게 골자다. 금융당국은 연체채권 매각이 쉬워지면 금융사가 책임을 외부로 넘기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애초에 대출은 금융사가 감수한 리스크에 따른 결정인 만큼, 자체 채무조정 노력 없이 이를 손쉽게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매각 후에도 금융회사가 양수인의 불법 추심 여부를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정기 점검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정부가 연체채권 매각을 제한하면서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장기간 연체된 대출채권을 부실채권(NPL)으로 분류하고,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상각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매각해 연체율을 관리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 채무조정 대상인 30일 이하 연체채권은 매각이 제한된다. 당국은 연체 초기 단계부터 금융사의 자체 채무조정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채무조정(연체 30일 이하) ▷사전채무조정(연체 31~89일) ▷개인워크아웃(연체 90일 이상)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이 중 신속채무조정 채권은 원칙적으로 매각이 금지된다. 초기 연체채권 단계에서 상환을 지원해야 재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사의 자체 채무조정이 활성화되더라도 신복위와 유사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의 감면율에 그칠 수 있어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무조정을 통한 회수는 통상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현금 회수가 가능한 매각 방식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장기 회수율이 높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리 비용과 인력 부담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채권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채무조정 부담까지 더해지고, 동시에 중저신용자 대출도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은 포용금융 정책에 발맞춰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의 공급 규모는 기존 4조원에서 2028년 6조원으로 확대되며, 지원 문턱도 낮아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 기준 목표를 기존 30%에서 2028년 35%로 점차 상향하기로 했다. 중금리대출인 ‘사잇돌대출’은 대상을 기존 하위 50%에서 하위 20~50%로 특화해 중신용자가 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한 상태다.

    연체율 상승세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0%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2021년 말 0.21%로 저점을 찍은 뒤 2022년 0.25%, 2023년 0.38%, 2024년 0.44%, 2025년 0.50%로 4년 연속 상승했다. 이는 2015년 말(0.5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해 장부에서 정리하고 있음에도 연체율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이 금융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건전성은 매각 여부가 아니라 충당금 관리와 실질 회수 가능성에 달려 있으며, 채무조정을 손실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선적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매각이 제한되는 연체채권도 30일 이내의 초기 단계인 만큼, 상환 유예나 리스케줄링을 통해 충분히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깔렸다.

    오유정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매각한다고 해서 건전성 지표가 본질적으로 개선되고, 매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급격히 악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자체 채무조정을 통해 일부를 조정해 현실적으로 회수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며 “미국 등 건전성 관리가 엄격한 국가에서도 금융사가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면 적극적으로 채무조정을 활용해 왔고, 이는 오히려 회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오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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