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전통적 우호국과 잘 풀어가던 인공지능(AI)·에너지 사업도 걱정이다. 무엇보다 타격을 입은 이란 측이 호르무즈해협을 무력봉쇄한다면, 우리나라 원유 수급은 심각한 불안정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우리 정부 모든 대외 기조처럼 정치적 해결은 애초 불가능 해보인다. 몇 달간 전운이 감돌고 고비가 있었던 만큼, 준비해온 시나리오별로 우리 경제와 산업에 초점을 둬 현실적 대응을 하는 것이 관건이고 답이다.
원유 수급은 지금 산업 구조개편에 들어간 석화산업에 직결되는 문제지만, 또한 그에 맞물린 여러 중소기업계에 생존 원가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90일간 쓸 수 있는 정부 비축유의 용도와 방향을 정확히 정리한 뒤 이의 활용 계획을 짜둘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재 우리 수출·성장률에 크게 작동하는 반도체·조선업 등이 이 사태와 사실상 별개에 놓인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올들어서만 50% 가까운 급등세를 누렸다. 불안한 글로벌 정세는 우리 반도체·조선업에 투자된 자금을 급속히 빼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연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강조하듯 그 어느때보다 커진 외환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3일 개장하는 우리 시장에 대한 면밀한 대처가 없으면 그야말로 무방비로 전장에 던져진 꼴을 피할 수 없다.
당분간 포격의 고삐를 놓지 않겠다는 미국이나, 주요지점 반격을 공언하는 이란이나 스스로 물러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태가 당장 몇일, 몇주간 만에 사라질 것으로 여기긴 불가능해졌다.
길게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어쩌면 그 이후로도 이 상황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산업·경제계 파장을 준비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정부의 빈틈 없고, 치밀한 수입·수출업계 대응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산업계 역시 사태를 미리 예견해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과장된 불안으로 필요한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킬 일도 아니다. 그간 발휘해 온 성과처럼 정확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면 능히 넘어설 사안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조금씩 해소돼가는 과정이라 여기는 것도 어찌보면 바른 이번 중동사태 판독법이 아닐까.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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