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4 (수)

    환율 1500원 시대, 장기 이란戰에 달러가 뜬다 [트럼프 스톡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트럼프 “탄약 무제한”...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

    유가 급등에 인플레·긴축 예상 확산...달러화 ↑

    17년 만 환율 1500원 첫 돌파...유럽도 ‘휘청’

    美증시도 하락 반전...채권·금·코인 모두 약세

    에너지 대란에 ‘대외변수 취약’ 韓 변동성 확대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군사 작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글로벌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와 가스 값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총공급과 총수요가 모두 위축되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공습 첫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단번에 제거하자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뉴욕 증시는 예상 외의 장기전 조짐에 급락세를 보였다. 올초까지 초강세를 보이던 금값과 미국 채권 가격도 빠르게 내리기 시작했다. 오로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예상으로 달러화만 반등하는 모양새다. 그 과정에서 코스피지수는 7% 이상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 위로 치솟았다. 복잡한 중동 정세를 감안할 때 이란 사태와 관련해서는 워낙 변수가 많아 미국의 시간표대로 전쟁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해협 봉쇄→유가 급등→인플레 우려 고조→긴축 전망→달러화 가치 반등→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일(현지 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9.68까지 솟구쳤다. 달러인덱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 97.61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고작 2거래일 만에 급등한 셈이다. 달러인덱스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금본위제를 끝내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던 1973년 3월의 달러 가치를 100으로 놓고 볼 때, 현재의 가치를 뜻한다. 달러인덱스가 종가 기준으로 100을 넘었던 때는 지난해 11월 24일이 마지막이다.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달러 정책과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연속으로 단행된 금리 인하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화 가치가 다시 폭등하면서 달러와 비교한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호주달러의 가치는 1% 안팎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가치는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500선까지 넘어섰다. 4일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6원까지 치솟았다가 1485.7원에 겨우 마감했다. 이조차도 3일 주간 거래 마감 환율인 1466.1원보다 19.6원 높은 수준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초 달러당 1600원 직전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과 올초에도 달러당 148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수단에 막혀 1500원을 넘어서지는 않았다.

    달러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자 시장은 연준이 통화긴축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가 떨어지지 않거나 오르면 자연히 달러화 보유 가치는 오르게 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67% 뛴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됐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81.4달러로 4.71% 올랐다.

    현재 이란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미군 기지가 있는 주변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공식화하며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는 발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 항구에선 유조선 운임이 하루 만에 두 배가량 올라 한 척당 2800만 달러로 급등했다.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고문은 “호르무즈 해협은 이제 폐쇄됐다”며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침몰시키고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하게 막아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서 “필요한 경우 미국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며 “즉시 효력을 발휘해 미국 국제금융개발공사(DFC)에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해운, 특히 에너지 운송에 대해 정치적 위험 보험·보증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의 추종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0.05%포인트가량 올라 4.10% 이상까지 상승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가격은 그만큼 내려간다는 의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올해 내내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계속 동결할 확률을 전날 7.0%에서 8.8%로 높여 잡았다.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확률은 23.9%에서 21.6%로 내려 잡았다. 연준이 3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96.4%에서 97.4%로 더 높아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가 연방상원 인준을 거쳐 오는 5월 취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추가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에 뉴욕 증시도 하락...채권, 금, 비트코인 모두 약세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과 월가 전문가들도 이란 사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금리 결정에 한층 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필리프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고 분석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뉴욕 투자 컨퍼런스에서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리면 적절하다고 예상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그런 확신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인플레이션에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 지정학적 사건을 고려할 때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란 사태가 생각보다 장기화될 것 같다는 인식에 2일 혼조로 마감했던 뉴욕 증시도 3일부터는 크게 흔들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8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94%, 나스닥종합지수는 1.02% 각각 하락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이란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연설을 하고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지속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는 “필요하다면 지상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모두 장기전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이란은 현재 저가 드론으로 주변국의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소진시키는 항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에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중·상급 무기를 무제한 보유하고 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는 틀렸고 수치스럽다”고 적었다. WSJ이 전날 미국의 방공 요격 미사일, 해상 발사형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탄약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지가 제한될 수 있다고 전한 보도를 부정한 발언이었다. 이 역시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는 월가의 기대를 꺾는 발언이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시장에 안일함이 팽배해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파티장의 스컹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3% 언저리에서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비, 건설비, 보험료, 임금이 모두 오르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단순히 유가만의 문제가 아닌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다시 내리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 트로이온스당 5300달러가 넘었던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장중 5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전날 7만 달러에 근접했던 비트코인 가격도 6만 8000달러 선으로 내렸다.

    에너지 가격 대란에 유럽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번지고 있다. 이날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4월물 가격이 장중 한때 1㎿h(메가와트시)당 63.75유로로 뛰었다. 이란 공습 직전에는 31.96유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거래일 만에 두 배로 상승했다.

    트럼프 “탄약 무제한 보유”...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대외 변수 취약’ 韓경제 변동성 확대될 듯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이란 사태는 지난달 26일 스위스 제네바 핵 협상이 사실상 무위로 끝나자 28일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대적인 공습을 펼치면서 시작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수십 명의 이란 군 지도부가 공습 개시 당일 단번에 폭사했고, 이란 방공 체계는 한순간에 무력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을 핵무력으로 먼저 위협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다수 주요 외신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이기기 위한 도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 3월 31일~4월 2일 방중을 앞두고 베네수엘라, 이란 등 중국의 우방국 지도자들을 잇따라 제거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이란은 해군이 없으며, 무력화됐다”며 “공군도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중 탐지 능력과 레이더 등 모든 것이 무력화됐다”며 “그들의 미사일 보유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 미치광이들과 협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그들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봤다”며 “그들은 공격할 참이었고, 우리가 하지 않았으면 그들이 먼저 공격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헌법을 무시하고 의회를 거치지 않은 채 전쟁을 시작한 데 대해 미국이 선제 공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논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제 유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잠시 동안 유가가 조금 높을 수는 있겠지만, 이 일이 끝나자마자 유가는 내려갈 것”이라며 “심지어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이란 군사 작전을 통해 중동에 대한 석유 패권을 얻겠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과 달리 이란 사태의 불확실성이 연일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로 금리 인하 가능성은 떨어지고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대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의 경제와 시장의 변동성이 유독 커질 공산이 크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환율·비트코인·금, 사상 초유의 ‘트리플’ 변동성! 앞으로의 전망은?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