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톡]
민생물가 특별관리 간담회 열어
정부도 민간 기업에 가격을 올리고 내리라고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시장 상황 파악과 업계 애로 청취를 위한 자리”라고 설명합니다. 지난주 공정위 행사 명칭도 ‘자율협약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작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은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2000원을 넘는 라면은 거의 없지만, 대통령의 발언 이후 물가 관리 드라이브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입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거세지는 형국입니다. 정부는 앞서 밀가루 업체들을 담합 행위로 심판하기로 결정, 가격 하락을 압박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면 식품 가공업체도 추가 가격 인하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밀가루 가격에 이어 빵값도 내린 것처럼, 식용유 가격을 내린 뒤 라면 가격을 인하하라고 요구할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원재료비 하락이 곧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진다는 논리도 단순합니다. 밀가루·식용유가 라면 제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품목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0% 미만입니다. 에너지·물류·인건비 등 나머지 원가 항목들은 여전히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고환율 부담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오뚜기와 농심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각각 4.8%와 5.2%에 불과하고, 업계 일부에선 희망퇴직까지 진행 중입니다.
정부 압박에 의해 가격을 정하는 구조가 굳어지면, 기업은 경영 효율화나 품질 개선보다 정부 눈치 보기를 우선하게 됩니다. 일시적인 소비자 환호성을 얻으려다 식품업계의 가격 체계 자체가 ‘정부의 보이는 손’에 의해 뒤틀릴 수 있습니다. ‘라면값 인하’에 ‘좋아요’를 누르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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