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인터넷 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와 게시글 등이 실제 사람에 의해 작성되는 게 아니라 AI로 하여금 자동화됐다는 주장이다. 물론 정설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며칠 전 겪은 기묘한 경험이 있다. 소셜 미디어에 오묘한 빛깔을 띠는 아름다운 곤충 한 마리가 올라왔는데, 그 곤충의 이름과 설명이 제법 상세히 적혀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곤충이었기에 흥미가 생긴 나는 곧바로 검색했지만 그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즉, 그 곤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나는 나머지 댓글들의 반응을 살폈다. 영상이 제공하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과 나처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최근 기사에서 ‘가짜 인플루언서’가 고소를 당했다는 사례를 봤다. 한 사람이 AI를 사용해서 특정 인종이나 장애인의 모습을 미화한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얼핏 봤을 땐 가짜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정교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지 갈수록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에 살게 됐다. 이런 사례가 늘어날수록, 무엇이 현실인지 중요하지 않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AI와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떤 위치에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교육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가상의 세계는 손쉽게 우리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지만 그 포만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의 정체성은 현실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몸으로 타인의 반응과 풍경을 만끽하는 체험을 통해 우리 스스로의 자아를 느끼고 삶의 의미를 만들 수 있다. 가상 세계만큼 편리하지 않지만 자신의 의지로 복잡성을 사유하고 수긍하거나 저항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진실을 보는 눈을 가졌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다.
/연우·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연우·2026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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