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안 한다’ 공약 후 분쟁 개입에
칼슨 등 보수 논객들 “배신” 비판
트럼프 “그들 MAGA 아냐” 폄하
닉 푸엔테스, 메긴 켈리, 터커 칼슨/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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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 대한 공격은 정말 역겹고 사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미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에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2일 메긴 켈리 전 폭스뉴스 앵커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도대체 왜 지금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우리가 하는 일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했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지지층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대표하는 보수 논객이다. 2024년 대선 전날까지 유세장 무대에 올라 “트럼프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며 재집권에 일조했다. 그랬던 이들이 앞장서서 이란 공습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 두 사람은 MAGA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내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면서 불쾌한 기색을 나타냈다.
미국의 이란 공습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그린란드 편입 시도 등으로 금이 가고 있던 MAGA 진영을 아예 쪼개놓고 있다. 미국 본토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MAGA는 대선 후보 시절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가 세계 곳곳의 분쟁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골적인 배신”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란 공습으로 인한 보수층 분열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AGA는 트럼프 정책 중 유난히 대외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등 해외 분쟁에 적극 개입하는 ‘부시 시대식 외교’로 미국이 얻는 이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트럼프 정부가 예상을 깨고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자 지지층에서 “미국 국내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군이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체포한 뒤에는 트럼프 1기 실세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관심은 차라리 여기(미국 본토)에 쏟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균열이 심화했다. 트럼프는 대선 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위해 국내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취임 후 이란, 시리아, 예멘 등 8국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적극적으로 해외 전쟁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등을 돌리는 MAGA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獨 총리와 회담… 공습 비난 스페인 향해 “교역 중단”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일 미국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작전에 뜻을 같이한 독일에는 “훌륭했다”고 한 반면, 공습을 비난한 스페인에 대해서는 “형편없었다, 교역 중단할 것”, 망설인 영국에 대해서는 “실망했다”고 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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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한 계기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요청 때문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됐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2일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이 미군에 대한 공격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고 했다. 이 말은 미국이 사실상 이스라엘에 떠밀려 전쟁에 참여하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우파 진영에서는 “이스라엘 때문에 미국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극우 성향 정치 평론가 닉 푸엔테스는 “이것은 이스라엘을 위한 침략 전쟁이며 트럼프, 밴스(부통령), 루비오는 우리를 배신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을 타격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네타냐후의 승리였다”고 했다.
이란 공습으로 인한 MAGA의 분열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수층에 큰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는 여론이 27%에 그치고 반대 의견(43%)이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지난달 28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보수 분열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MAGA 성향 방송인 잭 포소비엑은 폴리티코에 “MAGA에서 고령층은 미국의 개입주의를 지지하지만 젊은 층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 등 세대 간 분열이 있다”고 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의 이란 공습은 선거가 있는 해에 이뤄진 거대한 도박이며 의회 권력을 유지하려는 공화당에 위험이 되고 있다”고 했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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