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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시론] 고통 이겨내야 ‘집값 거품’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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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코리아스픽스 연구위원/언론학 박사

    이투데이

    ‘칼춤’이 시작되었다.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5월 9일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 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몇 번에 걸쳐 미루어 왔던 정책 종료 효과가 갑자기 봇물 터지듯이 터졌다.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로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매물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가격이 급격히 오른 지역들을 중심으로 호가가 대폭 하락한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보유 주택을 서둘러 정리하기 위함일 것이다.

    누적된 거품 걷어내는 정책 불가피


    그러나,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을 운 좋게 획득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몇몇 있을 뿐, 딱히 어느 집단도 이번 정책을 통해 실익을 얻고 있지는 않다. 고가의 강남 아파트의 호가를 대폭 낮춰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무주택자 역시 마찬가지다. 전월세 시장은 10·15 대책을 기점으로 여전히 매물 잠김이 뚜렷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신규 매수자들은 가격이 대폭 하락한 매물조차에도 접근을 못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펼치겠다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주택시장의 젊은 신규 진입자들은 씨가 마른 상태이다.

    지금 정부의 칼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무릇 국가의 정책이란 반드시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항상 누군가에게는 이득을 주려고 했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여태껏 실패해 왔다. 전세 세입자들이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전세 대출을 해주고,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해 금리를 동결하고 정책 대출을 늘리는 사이 부동산 거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개인 실수요자 및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런 현상이 수년 동안 일어난 결과, 시중은행들이 잔액이 없어 뱅크런 준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부동산 거품을 줄이고 경제 체질 개선을 하여 미래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사이,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이제 국민 개개인이 아닌, 국민이 살아갈 국가를 재건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허리세대’에 기본적 삶의 터 제공해야


    ‘칼 든 사람이 피 묻힌다’라는 말이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을 초래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하는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말이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필자를 비롯한 3040대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폭등의 수혜를 보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세대일 것이다.

    필자는 주위에서 고공 행진하는 집값을 좇느라 결혼과 출산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포기하는 지인들을 많이 보아왔다. 국가를 지탱하는 허리 세대가 사회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삶의 과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비극일 것이다. 이 비극을 멈추기 위해서는 모두가 아플 수밖에 없는 정부의 칼춤이 오랫동안, 강고하게 이어져야 할지도 모른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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