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Rugulate 해석
단어 하나가 권력의 범위 규정
韓 금융당국도 디테일 필요해
박수만 변호사 |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20일 선고한 관세 판결은 사법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마약 유입과 장기 무역적자를 국가비상사태로 선언하고, 그 해결 수단으로 관세를 부과했다. 근거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었다. 쟁점은 이 조항에 포함된 'regulate'라는 단어의 의미였다.
다수의견은 과세권은 의회의 핵심 권한이며, 명확한 문구 없이 단어 해석만으로 그 위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반면 소수의견은 관세 부과가 수입 전면 금지보다 완화된 규제이므로 'regulate'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단어 하나의 의미가 권력의 범위를 가르는 사건이었다.
시선을 국내 금융시장으로 돌려보자. 최근 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법상 '수입 등'을 기준으로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논의하고 있다. 시행령은 이를 "계약 체결 및 이행으로 금융소비자로부터 얻는 모든 형태의 금전 등"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이 정의가 금융업의 다양한 거래 형태를 충분히 포섭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판매'라는 용어다. 일반적으로 판매는 상품이나 용역을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그러나 금융권에서의 '판매'는 고객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중개하는 모든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 표현은 금융상품의 실질을 가리는 효과를 낳는다.
ELS를 예로 들면, 형식상 투자자는 증권을 매수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정 조건하에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다. 투자자는 장래 수익을 기대하지만 동시에 손실 가능성을 담보한다. 위험 구조를 직설적으로 설명한다면 '투자'가 아니라 일정 위험을 인수하는 계약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를 '판매'라고 부르는 순간, 고객은 권리를 취득하는 주체로 인식되고 위험 부담의 실질은 희석된다.
'전문투자자'라는 용어 역시 마찬가지다. 자본시장법은 일정 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전문투자자를 구분하지만, 이는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자산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완화되는 구조가 타당한지에 대한 질문은 ELS 사태에서 다시 제기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regulate'라는 단어의 의미를 두고 170페이지에 이르는 판결문을 통해 권한 위임의 한계를 세밀하게 따졌다. 단어 하나가 입법권과 행정권의 경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입', '판매', '전문투자자'라는 용어가 실질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해석은 결국 책임의 범위와 권한의 한계를 좌우하게 된다. 단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를 규정하는 장치다. ELS 사태를 계기로 금융산업 법령과 실무에서 사용되는 핵심 용어들의 의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법부가 'regulate'의 의미를 엄밀히 따진 것처럼, 우리 역시 금융시장 언어의 정확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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