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12% 급락했다 5일 장초반 12% 급등
'유가→제조원가 상승' 우려에 사상 최대 '빚투' 영향
19조원 판 외국인, 순매수 돌아선 것 '긍정적'
코스피가 장 초반 급등해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한 5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7.38p(3.09%) 오른 5,250.92로 원/달러 환율은 12.2원 내린 1,464.0원으로, 코스닥은 45.40p(4.64%) 오른 1,023.84로 장을 시작했다. 2026.3.5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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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 폭락했던 우리 증시가 급격한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이란과의 휴전 협상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국제유가 상승세도 진정되면서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 9거래일 연속 우리 주식을 팔아치우며 코스피 급락을 이끌던 외국인들이 이틀째 순매수에 나선 것도 긍정적이다.
롤러코스터 탄 코스피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9% 오른 5250.92에 개장했다. 이후 상승세를 높여 12.21% 오른 5715.30까지 장 중 급등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4.64% 오른 1023.84에 장을 시작한 뒤 11.60% 오른 1091.98을 찍었다.
증시가 급등하면서 양 시장 모두 매수 사이드카(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코스닥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달 19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은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양 시장 모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는데 하루 만에 상황이 반전했다.
간밤에 미국에서 이란과의 휴전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둔화하며 우리 증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49% 오른 4만8739.41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29% 뛴 2만2807.48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다음 날 이란 정보당국이 제3국을 통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미국 정부가 여러 차례 유가 안정 메시지를 내면서 이틀 연속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긍정적이다.
이날 우리 증시 반등을 주도하고 있는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9거래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9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19조원에 달했다. 개인이 18조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급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외인들은 전날 3620억원가량 코스피 순매수로 돌아섰고 이날도 오전 9시42분 기준 코스피에서만 7200억원 규모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13.76%), SK하이닉스(14.25%), 현대차(12.18%), 두산에너빌리티(13.40%) 등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증시의 변동성이 극심하지만 코스피 이익 개선세를 고려할 때 전쟁만 조기에 종식된다면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 시도 보도가 나오자 그간의 하락분을 만회하려는 강력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상무는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은 9.3배로, 역사적 평균(10.8배)을 크게 하회하는 과매도 구간"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여전히 견조해 1분기 실적 호전 기대가 살아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란 분쟁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머문다면 지수가 가파르게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 총괄이사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나 기업 이익 감소가 확인되지 않는 한 코스피는 다시 상승 흐름을 반영하는 경로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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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불명예 기록 속출
우리 증시가 급락을 멈추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날까지의 하락으로 불명예 기록이 속출했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06%, 코스닥은 14% 폭락했는데 양쪽 모두 우리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하락률이다. 코스피 하락률 직전 역대 1위는 2001년 9월12일 기록한 12.02%다. 당시 '9·11 테러' 발생 여파로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덩달아 휘청였다. 직전까지 코스닥 최고 하락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0년 3월19일 기록한 11.71%다.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변동성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27.61% 급등한 80.37에 장을 마쳤다. 2020년 3월19일 코로나19 시기 기록한 종전 최고치 69.24를 훌쩍 뛰어넘었다. 장중 한때 80.85까지 올라 장중 기준 사상 최고치도 경신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코스피200의 옵션가격을 이용해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코스피200지수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한 지수다. 보통 코스피지수가 급락할 때 변동성지수도 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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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인한 코스피 하락률은 세계 어느 주요국보다 컸다. 지난달 28일 전쟁 시작 이후 3월3일과 4일 단 이틀 동안 코스피는 18.4%, 코스닥은 17.9%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나스닥이 0.6% 오르고 다우는 0.5% 하락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일본 증시도 7.8% 하락했고 대만도 7.3% 하락에 그쳤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유독 많이 하락한 것은 우리 증시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라 조정폭도 깊을 수밖에 없다는 점과 어느 나라보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2월까지 나스닥이 2.5% 하락하는 등 다른 주요국 증시 상승률이 높지 않았지만 코스피는 48% 폭등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동 사태와 맞물리면서 우리 증시가 유독 더 많이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받는 타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한국 증시는 에너지 수급의 71%를 차지하는 중동 리스크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글로벌 증시 대비 과도한 낙폭을 기록했다"며 "특히 지난주 인공지능(AI) 및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불안까지 겹치며 외국인의 투매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은 당장 물류비 상승 등 직간접적으로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한편 시차를 두고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린다. 기업과 가계에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지수 급락으로 반대매매 우려도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2조80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말 27조2865억원에서 5조5000억원가량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3일 기준 1조606억원으로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개인투자자가 미수거래로 주식을 매수한 뒤 증권사에 상환하지 않은 금액이다. 올해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16억원으로 지난해 평균 71억원 대비 크게 올랐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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