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5일 국회에서 재계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이란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와 반도체·정유·자동차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에너지 수급, 반도체 원가 상승 등 현장의 우려를 전달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중동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주요 7개국에 약 136억8600만달러를 수출했다”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이 대폭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스마트시티와 원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우리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중동 프로젝트도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100조원대 시장 안정 프로그램 등 각종 안정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수출에 차질이 예상되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위기 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해 금융 지원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비공개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중동 상황으로 물류비와 운송비 부담이 커지고 있고, 중기적으로는 제조원가 상승도 우려된다는 입장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반도체 업계는 유가 인상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반도체 단가 인상과 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 건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나왔다. 김 의원은 “아랍에미리트 지역을 중심으로 건설될 예정인 데이터센터가 상당한데 이게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다.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서 수요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서 이게 주식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 중에 켈륨을 중동에서 90%를 조달하는데, 이게 조달되지 않을 경우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수급 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 의원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우리 선박 약 40척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이 가운데 원유 관련 선박은 7척”이라며 “이 중에는 국민이 약 3일간 사용할 수 있는 200만 배럴을 실은 대형 선박 1척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비축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고 전했다.
에너지 수급 전반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가 이뤄졌다. 김 의원은 “정부가 약 208일치 원유를 비축하고 있지만, 단순한 수치 제시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요와 연계한 맞춤형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특히 LNG는 보관 특성상 리스크가 더 큰 만큼, 공급선 다변화 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장기적인 시장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은 “오늘 기업들은 당장의 위기라기보다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기간별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마련하자는 취지로 의견을 냈다”며 “원유·LNG 수급과 업종별 영향에 대해 민·관이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데까지 함께 공감했다”고 했다.
이건 기자(lgnr042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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