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차 부품 EU산 70% 요건 추진
FTA 국가 동등 인정에 "최악은 피했다"
정부, 업계 의견 종합해 우리 측 입장 EU에 전달
산업통상부는 5일 박동일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자동차·철강·배터리 업계 간담회를 열고 EU의 IAA 초안의 주요 내용과 업종별 영향,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EU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IAA는 자동차·철강·시멘트·알루미늄 등 전략 제조업과 풍력 등 친환경 산업을 대상으로 공공 조달과 보조금 지급 시 '역내 제조' 요건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EU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려는 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EU산 부품을 사용해야 하며, 공공조달 참여 시에도 저탄소 생산 기준과 역내 생산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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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받기 위해 차량 부품의 최소 70%를 EU에서 생산해야 하는 조건이 적용될 수 있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IAA에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도 포함됐다.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핵심 원자재 등 전략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기업이 1억 유로 이상 투자할 경우 EU 노동자 50% 이상 고용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투자 승인이 가능하다. 외국인 지분을 49% 이하로 제한하거나 합작투자 참여,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담겼다.
다행스러운 점은 EU 집행위가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한 국가 가운데 EU 기업에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국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EU산과 동등하게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공공조달 등에서 일정 수준의 시장 접근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완성차 형태로 유럽에 전기차를 수출하는 자동차업계는 EU 내 조립 요건 등이 남아 있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럽 내 설비 공장을 갖고 있는 배터리 업계는 우려를 덜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FTA 체결국은 EU산과 동등하게 취급하겠다는 점에서 최악은 피한 것 같다"며 "다만, 한국은 생산지와 관계없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EU가 역내 생산을 조건으로 하는 건 상호주의에 위배되기 때문에 향후 EU 입법 과정에서 지속해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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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도 "유럽이 계속해서 보호무역주의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같은 국내 완성차 업체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유럽 공장의 생산을 늘리거나 유럽 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유럽 내 설비 공장이 있는 배터리 3사는 이번 계기로 유럽 진출 확대의 교두보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를 표하고 있다. SK온은 헝가리 코마롬과 이반차, 삼성 SDI는 괴드에 배터리 공장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에 생산 공장을 두고 여러 메이저 완성차 업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중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하는 반사적인 이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제도적 울타리 외 근본적인 기술 및 가격 경쟁력, 소재 공급망 확보 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들도 전기차 역내 조립 요건과 저탄소 철강 기준 등 세부 규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우리나라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포함돼 다행"이라며 향후 EU 역내 조립 조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부는 기업 의견을 종합해 이날 벨기에에서 열리는 한·EU 신통상 과장급 회의를 통해 우리 측 입장을 EU에 전달할 계획이다. 정부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세부 요건이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업계와의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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