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메이드 인 유럽' 전략을 담은 IAA를 발표했다.
이번 IAA에 따라 향후 기업이 EU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EU산 부품이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대규모 외국 투자에는 EU 근로자를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는 조건이 담긴다. 이를테면 전기차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차량 부품 최소 70%를 EU에서 생산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이를 바탕으로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제조업 차지 비중을 현 14%에서 2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향후 10년 동안 자동차 산업에 예상되는 60만개 감소를 완화하고, 다른 산업 분야에서 약 15만개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창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EU 집행위는 공공조달 시장 규모가 전체 경제 약 14%에 달하고 있어, 공공 재정을 역내 제조업에 집중 투입할 시 침체된 산업 지원과 신산업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IAA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 대한 규정도 담겼다. 글로벌 생산능력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EU 산업에 1억유로 이상 투자할 때, EU 노동자 비율을 50% 이상 유지하고 외국인 지분을 49% 이하로 제한하며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럽에서 단순 조립만 수행하는 일부 중국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EU가 21세기에 걸맞은 경제 원칙을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전례 없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불공정 경쟁 상황에서 납세자의 자금을 유럽 내 생산에 투입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추며 경제안보와 주권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IAA는 논의 과정에서 회원국 간 의견 차이로 발표가 여러 차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등은 보호무역 기조 강화로 교역 상대국 보복을 우려한 반면, 프랑스 등은 미국과 중국의 산업 보호 정책 대응을 위해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이드 인 유럽'의 인정 범위도 핵심 쟁점으로 꼽혔다. 프랑스는 EU 27개 회원국과 단일시장 회원국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으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독일 등 북유럽국가는 영국과 같은 EU 외 국가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면 EU산과 동등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EU와 FTA를 체결했거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한 국가 중 EU 기업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국가를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EU산과 동등하게 간주하기로 했다.
EU 원산지 조건에 FTA 체결국이 포함되면서 한국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역내 생산 조건에 해당하면서 EU에 추가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낸 덕이다.
다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 최소 70%를 EU 역내 생산해야해 관련 대응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IAA가 EU 회원국, 유럽의회 승인 과정이 남아 있어 이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배터리의 경우 일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관측도 있다. IAA의 목적이 중국 저가 수입품을 겨냥한 데다, 국내 배터리 셀 3사가 폴란드와 헝가리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전기차 부품 역내 생산 요건을 충족하는 덕이다. 단 CATL 등 주요 중국 배터리 셀 제조사 역시 독일 등에 거점을 두고 있어 수혜 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 국내 정부기관에서는 EU의 IAA 대응을 위한 업계 간담회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5일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자동차, 철강, 배터리 업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IAA 초안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법안 시행시 업종별 영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전기차 역내 조립 요건에 대한 우려, 저탄소 철강 상세 기준 등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현대차는 "우리나라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에 포함되어 다행"이라면서도 향후 EU 역내 조립 조건도 완화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산업부는 "동 법안이 우리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세부 요건 등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응할 예정"이라며 "기업들의 의견을 종합해 3.5일 벨기에에서 진행되는 한-EU 신통상 과장급 회의를 통해 우리측 입장을 EU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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