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 사진=효성 |
"전력망 교체 수요는 반드시 온다"
창립 60주년을 맞은 효성의 시선이 100년 기업을 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뚝심 있는 투자를 밀어붙인 조현준 효성 회장이 있다.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것은 조 회장이 수년 전부터 고집해 온 기술 경영의 결과물로 꼽힌다. 계열 분리 이후 '뉴 효성'의 닻을 올리며 전통 제조 기업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도약한다는 조 회장의 의지가 돋보이는 시점이다.
1968년생인 조 회장은 미국 세인트올번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마쳤다.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 미쓰비시 상사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기업에서 실무를 익히며 국제 금융과 무역의 흐름을 체득했다.
1997년 효성티앤씨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탄탄한 현장과 글로벌 행보를 이어 갔다. 특히 효성의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 그는 2017년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의 체질을 데이터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해 왔다. 자신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실무 감각을 바탕으로 효성의 영토를 전 세계로 확장해 온 것이다.
멤피스의 도박이 불러 온 신화
2020년 조현준 회장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인수했다. 인수 초기까지만 해도 적자 및 숙련공 부족 등 여러 리스크로 인해 대내외적으로 우려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전력망 교체 수요는 반드시 온다"며 기술 인력 파견과 설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을 포함해 쏟아부은 금액은 총 3억달러(약 4400억원)에 달한다.
조 회장은 줄곧 "미국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핵심"이라며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고객 중심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미국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를 설계부터 생산까지 마칠 수 있는 핵심 기지로 거듭났다.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조 회장은 "AI 및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는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 됐다"며 "멤피스 공장과 초고압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전력망 안정화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포부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효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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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사령관' 조현준, 기술 경영 밀어 붙였다
조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VOC(Voice of Costomer)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고객의 소리를 듣는 수준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효성의 가치를 증명하는 솔루션 경영을 지향한다.
특히 조 회장은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야전사령관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빌 해거티 테네시주 상원의원과 수차례 회동하며 두터운 신뢰 관계를 쌓았고 이는 효성의 미국 현지화에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그 밖에도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와 만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을 논의했으며 스콧 스트라직 GE 버노바 CEO와도 글로벌 에너지 협력을 모색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 스콧 터너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등 미 정관계 핵심 인사들과 맺은 끈끈한 유대는 멤피스 공장에 대한 그의 애정과 집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 회장은 부친인 故(고)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술 중시 DNA를 계승했다. 여기에 상업적 성공과 직결시키는 실리적 접근을 더 했다.
"남의 기술을 빌려오는 것은 모래성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신념 하에 원천 기술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3세대 바이오 스판덱스'가 대표적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적자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친환경 소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역시 기술 경영으로부터 비롯되면서 글로벌 1위 입지를 공고히 했다.
효성화학의 정상화와 '뉴 효성'
조 회장은 2026년을 '야생마를 길들여 적토마를 만드는 시기'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당면해 있는 가장 큰 과제는 효성화학의 재무 건전성 회복이다. 조 회장에게 효성화학의 정상화는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 회장은 현재 특수가스 부문 지분 매각 등 강도 높은 자산 유동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단순히 몸집을 줄이는 것이 아닌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 사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계열 분리 이후 탄소섬유와 같은 첨단 소재 사업이 HS효성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조 회장은 기존 주력 사업의 친환경 전환과 에너지 인프라 확장을 통해 효성그룹만의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백년효성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힌 것은 '팀 스피리트'"라고 강조하며 "모두 같은 방향으로 고삐를 잡고 올해는 혼란의 야생마가 아닌 세계 재패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는 적토마의 해로 기억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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