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재고량 문제 없는데도 기름값 폭등
휘발유값 일주일도 안돼 ℓ당 1800원↑
李 “자기 이익만 보겠단 태도” 엄정 조치
석유협회 “주유소 사장이 가격 재량권”
소비자 수요 증가·업계 다량 확보 영향도
주유소 “정유사 진즉 올려 팔아 싸게 못 팔아”
중동사태에 기름값 급등세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발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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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벌어진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후 정유사와 주유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곧바로 시중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한국석유공사에는 3월말까지 재고량에 문제가 없다고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석유 재고량에 문제가 없음에도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을 ‘대목’으로 보고 회사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안한 민심 수요를 악용하는 ‘오를 때는 빠르게, 내릴 때는 천천히’ 관행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석유류 통계 지정기관인 석유공사에 석유 재고량 수치를 주기적으로 제출했다. 이에 따른 현재 석유 재고량은 한국석유공사 보유 1억 배럴을 포함해 민간 기업 재고량까지 합치면 200일 이상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석유공사는 전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석유 재고량이 3월 중하순까지는 문제가 없다고 정유사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석유 통계 지정 기관이라 재고량 자료 제출을 받지만 정유사들의 가격 인상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한데 정부의 지시가 있으면 단속이 있을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름값 안정을 위한 비축유 반출 시점과 관련해 “전쟁이 장기화되면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민간 기업의 석유 재고량’을 모니터링하면서 비축유 반출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간 기업이 재고량 보고를 은닉하거나 혹은 문제가 없는데도 마치 수급에 문제가 있는 듯 휘발유나 경유 가격을 올린다면 기름값이 폭등하는데도 정부나 석유공사의 비축유 반출 결정은 늦어져 시민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봉쇄에 기름값 들썩…휘발유 2000원 우려 - 5일 업계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1836원으로, 일주일 전보다 81원 올랐다. 전국 평균은 1766원이다.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휘발유 가격이 다시 20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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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는 석유 수급에 문제가 생기거나 국내 기름값이 큰폭으로 오를 경우에 국제공동비축유 대여나 해외 생산 원유의 도입 확대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29.6원 오른 1807.1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사태가 발발하기 전날인 지난달 27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1692.6원에서 일주일도 안 돼 114원 이상 오른 셈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1.8원 오른 1874.4원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8일 1692.9원에서 이달 2일 1702.1원으로 1700원을 돌파했고, 3일 1723원, 4일 1777.5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경유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하루 만에 56.5원 오른 1785.3원,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61.4원 상승해 1865.4원을 기록했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은 약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지만 이번에는 시차 없이 국내 기름값이 치솟고 있다.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책 논의를 위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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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휘발유값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며 휘발유 가격에 대해 ‘최고가격 지정제’ 시행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국제 유가 상승이 있긴 한데 그게 국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아직은 미치지 않은 상태”라면서 “오를 거라고 예상된다고 갑자기 소비 가격 자체가 이렇게 폭등하는 것은 국민들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라고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이어 부당하게 가격을 올려 받는 주유소의 ‘바가지 요금’ 행위에 대한 제재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로서 비싸게 받는 행위는 제재할 방법도 없고 단속이 불가능한 것 같은데 신속하게 점검해 만들어보라. 방치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시했다.
주유소의 기름값 급등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 사장이 재량권을 갖는다”며 “통상 2~3주 후에 반영되어야 할 기름값이 대리점, 항공사 등의 대량 확보 움직임에 더해 소비자 수요 급증, 늦게 팔아 이윤을 남기려는 주유소 사장 등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재 주유소를 운영 중인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틀 전부터 기름 주문이 안 되고 경유를 주문하려니 정유사에서 1870원을 달라고 한다”며 “정유사에서 기름 가격을 진즉 올려둔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유사에서 비축량이 있다 한들 장사하려고 가격을 높여 팔려 하는데 저희들만 죽어나는 실정”이라며 “욕은 욕대로 다 먹고, 비싸게 사와 헐값에 주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회의실에서 석유 유관기관 및 업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 주재로 ‘석유 수급 및 시장 점검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정유·주유소 업계와 석유가격 상황을 점검하고 불법 석유유통과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 산업통상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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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점검단, 6일부터 주유소 불법 단속
“시장 폭리·불법 행위 적발 시 고발 조치”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유소는 전체 1만 700여개로 이 중 80% 이상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는 알뜰주유소(12%)와 정유사 직영점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3시부로 원유·가스에 대한 자원위기 경보를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재정경제부, 국세청, 경찰청, 석유관리원 등 범부처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 6일부터 가짜 석유 판매, 매점매석 등 불법 석유 유통행위 근절을 위한 주유소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 달에 2000개씩 전국에서 불법 행위가 의심되는 곳부터 집중 단속에 나서 적발될 경우 고발 조치할 것”이라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 만큼 정유사와 주유소 등 관련 업계와 요금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시장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불법 행위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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