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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이성진의 金맥 지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권 두고 은행·핀테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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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 은행 중심 발행 구조 검토…B2B 결제·글로벌 거래 활용 기대

    아주경제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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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 스테이블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싸고 은행과 핀테크 업계 간 입장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검토하는 가운데 핀테크 업계는 경쟁 제한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2026년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제도화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은행이 지분 50%+1 이상을 보유하는 방식의 발행 구조가 주요 안으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은 '안정적(stable)'과 '코인(coin)'이 합쳐진 말로,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을 뜻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단점을 보완한 가상자산이다. 미국의 달러 등 법정 화폐나 금 같은 자산에 연동돼 있어 가격 변동성이 적은게 장점이다.

    한국은행은 비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면 금융 안정성에도 위험이 생길 수 있고,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8월 "앞으로 화폐에 프로그램 기능을 넣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꼭 필요하지만, 은행부터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중심 발행 구조를 논의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핀테크, 민간 플랫폼 등 비은행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만 발행하게 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은행 뿐만 아니라 핀테크, 민간 서비스가 이끌고 있는데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신속한 결제와 송금, 소비자 편의 증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핀테크, 민간 플랫폼 등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를 한 곳으로만 제한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경쟁이 일어나고, 그 경쟁 속에서 유통도 더 원활해질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도 처음부터 세 곳을 허가했고, 그 결과 서로 경쟁하면서 시장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결제 환경이 이미 고도화돼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소비자들의 일상 결제를 대체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모바일 간편결제와 계좌이체 기반 결제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어서다.

    대신 기업 간 거래(B2B)나 글로벌 온라인 상거래 등 기존 결제망이 닿기 어려운 영역 등 새로운 활용 사례를 만드는 방향으로 쓰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예컨대 K팝 스타의 굿즈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활용해 해외 팬들이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 등이 언급된다.

    핀테크업계 한 관계자는 "B2B는 대부분 은행 결제망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수수료를 내고 일정 시간을 거쳐 정산되는 구조인데,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이런 거래 비용을 지금보다 크게 줄이고 결제 속도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챗GPT나 제미나이 등 인공지능(AI) 서비스에 결제 기능이 결합될 경우 국경을 넘는 소액 거래나 자동화된 결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 스테이블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 토스인사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결제수단이 아닌 통화정책 전달 경로, 외환·자본 이동, 지급결제 인프라와 직접 맞닿는 '금융적 제도'로 규정하며 관련 연구를 하기도 했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산업적 관점이나 기술적 효율성 평가에 머무르기보다 거시경제적 균형과 화폐제도의 안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이성진 기자 leesj@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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