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4일(현지시각) 웬디스와 하디스 같은 다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까지 가세하며, 과거 치킨 샌드위치 전쟁을 연상케 하는 대혼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크리스 켐프친스키(왼쪽)와 버거킹 미국 부문 사장 톰 커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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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먼저 시작한 건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크리스 켐프친스키다. 그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새로 선보이는 햄버거 ‘빅 아치’를 시식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켐프친스키는 단정한 흰 셔츠 차림으로 사무실처럼 깔끔한 공간에 앉아 있다. 그는 햄버거를 손에 들고는 마치 정밀 기계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살핀다. 이후 아주 작게, 마치 새가 모이를 쪼듯 한 입 베어 물고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이 영상을 본 대중들은 대체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그가 버거를 음식이 아닌 제품(product)이라고 부른 점이 화근이 됐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은 “마치 억지로 독약을 먹는 사람 같다”거나 “지금까지 본 첫 입 중 가장 인위적이다”라며 조롱했다. 폭스뉴스는 “맥도날드 수장이 제품을 홍보하려 했지만, 기계적인 태도가 비웃음을 샀다”고 했다.
버거킹은 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즉각적인 역습에 나섰다. 맥도날드 영상이 온라인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한 지 몇 시간 만에 버거킹 미국 부문 사장 톰 커티스가 등장했다. 영상 속 커티스는 켐프친스키가 보여준 정적인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그는 양손으로 큼지막한 와퍼를 움켜쥐더니 입을 크게 벌려 호쾌하게 베어 물었다. 입가에 소스가 묻는 것조차 개의치 않는 모습은 켐프친스키가 보여줬던 소심한 시식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커티스는 식사를 마친 뒤 “딱 하나 부족한 게 있네, 냅킨”이라고 말하며 맥도날드의 결벽증적인 연출도 꼬집었다. 버거킹 대변인은 NBC 인터뷰에서 “리더는 자사 음식을 진정으로 즐기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영상이 치밀하게 연출됐다고 시사했다.
두 브랜드 수장이 직접 등장하는 짧은 영상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4일 제3의 강자 웬디스도 이 난투극에 뛰어들었다. 웬디스 미국 사장 피트 쉬어컨은 이날 링크드인에 자사 대표 메뉴 베이컨네이터를 이른바 흡입하는 영상을 올렸다. 웬디스는 이 영상을 X에 공유하며 “진짜 음식을 먹을 때는 좋아하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런 혼전은 2019년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를 뒤흔든 치킨 샌드위치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파파이스는 신제품 치킨 샌드위치를 출시하며 업계 1위였던 칙 필레를 공개적으로 겨냥해 ‘다들 괜찮아?(y’all good?)‘라는 짧은 트윗 한 줄을 올렸다. ’현재 업계 1위가 제공하는 이 정도 치킨 샌드위치에 만족하느냐’는 뜻이었다.
이후 두 브랜드가 소셜미디어에서 서로를 조롱하는 글을 주고받으면서 소비자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두 브랜드 매장 앞에는 수십 미터 대기 줄이 생겼고 일부 지점에서는 재고가 바닥나 판매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당시 파파이스의 동일매장 매출은 단기간에 세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하며 업계 최대 화제를 낳았다.
미국 패스트푸드 전쟁 연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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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와 버거킹 역시 1970년대부터 광고와 마케팅에서 상대를 겨냥한 비교 전쟁을 이어온 패스트푸드 업계 대표 라이벌이다. 특히 두 회사를 상징하는 대표 메뉴 맥도날드 빅맥과 버거킹 와퍼는 수십 년 동안 경쟁 중심에 서 있었다. 1990년대에는 버거킹이 ‘와퍼가 더 크다’는 메시지를 내세워 맥도날드를 도발했고, 맥도날드 역시 광고와 프로모션으로 맞대응하면서 버거 왕좌 경쟁을 이어왔다.
최근 들어 이런 경쟁은 TV 광고에서 소셜미디어로 무대를 옮겼다. 짧은 영상과 밈(meme)이 순식간에 확산되는 온라인 환경에서는 경쟁사를 직접 언급하거나 은근히 비꼬는 방식이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작동한다. 이번 경쟁에도 참전을 선언한 웬디스는 소셜미디어에서 재치 있는 ‘디스’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얻었다.
경영학적으로 이번 대결은 가격 피로에 지친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한 고도화된 생존 전략이다. 맥도날드 CEO가 비웃음을 샀을지언정 빅 아치라는 신제품 이름 석 자는 전 세계 소비자들 뇌리에 확실히 각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대립은 시장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 붐업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비난을 받더라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잊히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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