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유조선 1척 최대 200만 배럴…한국 하루 소비량 수준
유가 상승 땐 전력비 부담 확대…반도체 산업 영향 가능성
3일(현지시간)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선언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인근에서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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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며 한국 정유업계의 원유 수급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한국 기업 관련 원유 수송선 여러 척이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
5일 더불어민주당과 재계가 진행한 중동 정세 관련 간담회에서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에 원유 수송선 총 7척이 묶여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 소속 선박 2척, GS칼텍스 관련 선박 1척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선박 역시 국내 정유사들과 관련된 원유 운반선으로 파악된다.
특히 일부 유조선은 최대 2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실은 초대형 선박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에 맞먹는 규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이 묶여 있는 상황은 맞다”며 “이에 대해 정부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응 방안 등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국내 석유 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국내에는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가 일정 수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석유 관련 법령과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라 연간 일평균 내수판매량 기준 40일분 수준의 의무비축(운영재고 포함)을 갖추도록 돼 있다. 현재 보유 재고만으로도 당분간 생산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저장된 원유와 비축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정유 공장을 가동하는 데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 정부와 민간을 합쳐 약 200일분 수준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한 비축량 공개를 넘어, 실제 산업별 수요에 맞춘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원유 운송 경로 변경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공급 차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운송로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 역시 상당 부분 이 항로를 이용한다.
정치권에서는 업계 요청을 정부에 전달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영배 의원은 “오늘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 의견은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보고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전달할 예정”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가 비축유 활용 여부와 공급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단순히 비축 물량을 발표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별 수요를 반영한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 정세 불안은 정유·석유화학 업계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간담회에서 업계는 유가 상승이 전력비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제조 원가가 높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기업들은 간담회에서 중물류비와 운송비 부담이 커지며 제조원가 상승 우려가 크고, 특히 반도체 업계는 유가 인상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중동 지역에서 계획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약 7~8GW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될 예정인데,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 일정이 지연되면서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반도체 소재가 중동 지역에서 조달되고 있는 점도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됐다. 반도체 핵심 소제인 칼륨은 국내 조달 물량 90%를 중동에 의존한다.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 주최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한화오션·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주요 기업과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코트라 등 경제단체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했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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