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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기고]기초의회 조례 발의, 어디까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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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신문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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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부 기초 시·군의회에서 '공공도서관 역사왜곡자료 관리 및 이용 안내 조례' 제정안이 발의되고 입법예고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조례의 취지는 역사 왜곡 자료를 공공도서관에서 관리하고 이용자에게 사실 정보를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역사 왜곡이 사회 갈등을 낳고 공동체의 역사 인식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취지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제도의 타당성, 권한의 범위, 헌법적 가치와의 충돌 여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특히 기초 지방의회가 조례를 통해 특정 자료를 '역사왜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목록이 아니라 연구와 해석이 축적되는 학문적 영역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시대와 연구 성과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에서 특정 자료를 조례로 규정하고 행정기관이 판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학문적 논쟁이 행정 판단의 문제로 바뀔 수 있다. 이는 역사 논쟁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법 체계와 권한의 범위다. 공공도서관 운영과 출판물 관리에 관한 기본 틀은 이미 국가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도서관법과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자료의 수집과 이용, 관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출판물에 대한 관리 역시 국가 차원의 제도 속에서 운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특정 자료를 규정하게 되면 지역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시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가 만나는 공간이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은 다양한 관점의 자료를 제공하고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행정기관이 특정 자료에 '왜곡'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용을 제한하거나 낙인을 찍는 방식은 도서관의 중립성과 개방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정책에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함께 존재한다. 지방의회가 해야 할 일은 시민이 역사 정보를 균형 있게 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안내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역사 논쟁이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 성과와 학계의 견해를 함께 제공해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학술 강연과 시민 토론,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반면 학문적 논쟁이 존재하는 역사 문제를 행정 판단으로 단정하거나 공공도서관을 사실상 검열 기관처럼 운영하는 제도는 신중해야 한다. 역사 문제를 행정 규제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학문과 표현의 영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

    역사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사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역사적 사실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권한의 확대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권한이 어디까지 행사되어야 하는지 경계를 분명히 아는 책임에서 시작된다.

    현수 직업교육정책연구소장 hih7888@hanmail.net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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