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박서아 기자 =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금융당국은 '방화벽'을 꺼낸다. 이번에도 10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정책금융 지원이 언급됐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패닉 장세를 보였던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이날 반등하며 급락분 일부를 되돌렸다. 비상 대응 체계 가동과 연이은 메시지가 시장을 일정 부분 진정시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오늘의 진정이 실제 안정 신호로 이어지려면 당국의 다음 문장이 필요하다. 규모를 말하는 단계를 넘어 언제 어떤 기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 구체화해야 한다. 기준이 흐리면 회복은 착시가 되고, 시장은 다음 공백을 가격에 반영한다. 유동성이 어디서 막히고 어떤 경로로 공급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100조원이라는 숫자는 선언에 머물 수 있다.
금융시장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현금 흐름이다. 자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신용융자 반대매매가 늘고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가 발생한다. 기관 투자자 역시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추가 담보 요구를 받거나 자금 회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유동성 부담이 커지면 시장 불안은 빠르게 확대된다.
환율 변동성 역시 금융시장 불안을 키우는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터치하기도 하면서 시장의 긴장감도 커졌다. 에너지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환율 상승은 기업 비용 부담과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국면에서 정책 대응은 규모에 못지않게 집행 방식과 속도가 중요하다. 수출입 기업과 해외 사업장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수출이나 수입, 해외투자에 따른 거래금액을 고정하는 환헤지 비용과 결제 불확실성에 먼저 노출된다. 정유·화학·해운 업종 역시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상승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지원 창구를 열었다'는 메시지를 넘어 어떤 대상에 어떤 방식으로 자금이 공급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다. 외환시장 안정장치와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등 다층적 안전망도 속도감 있게 점검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수급 대응 역시 비축유 방출 여부와 조건, 시점, 물량 원칙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이라는 표현보다 무엇을 어떤 조건에서 언제 쓴다는 설명이 더 강한 안정 신호가 된다.
결국 위기 국면에서 금융의 역할은 돈을 더 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정책 수단이 작동하는지 시장에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방화벽의 크기보다 작동 규칙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명확한 기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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