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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기자의눈] 금융 정책·감독, 칼로 자르듯 분리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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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배 금융부 기자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고 조직까지 쪼개려다가 이젠 정책 목표를 맞추겠다며 자본 규제를 손대는 건 앞뒤가 안맞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분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금융 당국의 움직임을 이렇게 꼬집었다. 가계대출에 몰렸던 자금을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벤처산업으로 돌리기 위해 감독 규제를 손질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강조해온 정책과 감독의 분리 기조와는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은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를 15%에서 20%로 높이고 주식·펀드 RW는 400%에서 250%로 낮췄다. 최근에는 주담대 RW를 25%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생산적 금융을 위축시키지 않게 자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불과 반년 전 금융 당국 개편 논의를 떠올리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지난해 9월 정부와 여당은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면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고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려고 했던 배경에는 ‘특정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감독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금과옥조로 여겼던 정부마저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 감독 규제의 강약을 조절하는 셈이다.

    이는 태도 변화라기보다는 정책과 감독이 애초 칼로 자르듯 분리되기 어려운 영역임을 보여주는 대목에 가깝다. 감독 규제는 단순히 건전성 관리 수단이 아닌 자금의 물길을 바꿀 정책 도구다. 이 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혼선은 줄이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매 정권 반복되는 정책·감독 분리 논쟁을 되짚어 볼 때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직 개편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이 흘러나오지만 이런 논의가 실제 혁신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모적 논쟁의 종지부를 찍고 급변하는 금융·산업 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논의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서울경제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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