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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대문학사에서 춘원 이광수만큼 논란이 많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가 쓴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은 전근대적인 서사문학의 문법을 바꾼 걸작으로 꼽힌다. 도산 안창호와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하기도 했지만 만년에는 일제에 협력하며 변절자가 됐다.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3년에는 학병 권고 강연까지 했다. 친일파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그가 우리 문학계에 미친 영향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탁월한 글솜씨로 풀어낸 그의 소설은 일제강점기 민초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그의 작품 가운데 많은 인기를 끌었던 소설 중 하나가 ‘단종애사’다. 1928년부터 1년간 한 신문에 연재했던 이 작품은 독자들이 ‘단종애사’를 읽기 위해 신문을 구독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단종과 세조를 양 축으로 왕조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사육신과 수양대군을 왕으로 세우려는 한명회 일파의 대결을 그린 이 연재소설은 지금 읽어도 몰입감이 대단해 명작으로 손색없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조선을 단종에 빗대어 해석하며 나라 잃은 원통한 마음과 분을 삭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단종애사’는 근대문학 최초의 장편 역사소설로 인정받는 ‘마의태자’, 변절 직전에 쓴 ‘이순신’ 등과 함께 이광수의 대표적인 역사물로 꼽힌다. 두 작품 모두 민족의식과 애국정신을 고취시키려는 뜻이 담겼다. 만년에 친일로 돌아선 이광수의 변절에 더 큰 분노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인기 덕에 이광수의 ‘단종애사’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영화 ‘왕사남’ 속 단종의 이야기에 매료된 관람객들이 관련 도서에도 눈길을 돌리면서 소설 ‘단종애사’의 온·오프라인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발표된 지 한 세기가 된 소설이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모습은 시대를 넘어선 문화 콘텐츠의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홍병문 논설위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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