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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6 (금)

    [사설] 이란발 유가 급등, 물가관리 필요하나 가격통제는 신중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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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 이어 걸프 해역에서 유조선 공격까지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단숨에 배럴당 80달러 선에 근접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결과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중동 전역의 긴장으로 번지는 양상이어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해상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국제해사기구에 따르면 페르시아만과 인근 해역에는 약 1000척의 선박이 피신해 있는데, 절반이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이다. 한국 유조선 7척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상태다. 유조선 한 척에는 한국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약 200만 배럴의 원유가 실린다. 7척이면 일주일 분량에 해당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 수급 차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중동의 원유 생산에도 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원유 공급이 며칠 내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파는 국내 기름값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00원을 넘어 약 3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이달 들어 며칠 새 100원 넘게 올랐다. 통상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의 시차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위기 상황을 틈탄 매점매석이나 담합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부당한 가격 인상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하고 휘발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언급한 것은 민생 불안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기름값 상승은 물류비를 끌어올려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고물가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하면 서민 생활은 더 팍팍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정부가 가격 자체를 직접 통제하는 방식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석유 가격은 1997년 자율화 이후 시장 원리에 따라 형성돼 왔다. 최고가격 지정제가 있지만 실제 시행된 적은 없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묶을 경우 공급 위축이나 유통 왜곡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가 뛰는데 국내 가격만 억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가격 통제보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 우선이다. 공급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안보 강화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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