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7 (토)

    이슈 로봇이 온다

    천재 로봇도, 실제 현장에선 ‘꽈당’… "휴머노이드 환상 버려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MWC2026]피지컬AI 시대 진단

    시뮬레이션 수 백번 해도 현장 문제 늘 발견

    휴머노이드 보다 바퀴형 로봇이 안정적

    개발자들 배관공처럼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해야

    데이터 불충분...완전한 안착 20년 걸릴 것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시뮬레이션에선 완벽했던 로봇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자재 무게를 못 이겨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현장은 연구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이데일리

    MWC26에서 피지컬AI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 ‘피지컬 AI(Physical AI)’ 세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피지컬AI 기술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플러그 앤 플레이는 없다”... 시뮬레이션의 배신

    줄리 테이글랜드(Julie Teigland) EY EMEIA 매니징 파트너는 “온라인 시뮬레이션을 백번 거쳐도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의 첫 번째 테스트는 실패하기 일쑤”라며 “로봇이 들어 올리는 자재의 무게를 정확히 처리하지 못해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며 창피하거나 웃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용 솔루션에 ‘플러그 앤 플레이(Plug-and-play, 꽂으면 바로 작동)’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이글랜드 파트너는 “모든 환경은 제각기 다르며, 실제 배치 전후 단계에서 상당한 수준의 엔지니어링과 맞춤화가 필요하다”며 “물리적 로봇은 그 요구 수준이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레이몬드 리오(Raymond Liao) 삼성 넥스트 부사장이 MWC26 피지컬AI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로망...바퀴달린 로봇이 실용적”

    레이몬드 리오(Raymond Liao) 삼성 넥스트 부사장은 대중이 가진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에 대한 환상에 대해 직설했다.

    그는 “미래의 피지컬 AI가 반드시 인간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며 “바퀴는 자연적으로 안정적이다. 스스로 균형을 잡기 위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리오 부사장은 특히 창업자들에게 “제품을 범용으로 만드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에게는 원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겠지만, 실제 비즈니스의 승패는 특정 고객의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 ’수직적 솔루션‘에서 갈린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비숍(Bishop) 전략‘이라 명명하며 “좁은 분야에 집중해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면 아무도 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리오 부사장은 도입 시기에 대해서도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공장을 현대화하는 것은 기존의 시스템 통합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며 “기업들은 여전히 데이터 인프라를 이전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벌써 피지컬 AI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내다본 완전한 안착까지의 시간은 향후 20년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AI 기업인가, 배관공인가”...제작자의 집착이 승른 가른다

    앤드류 훅(Andy Hock)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 부사장은 피지컬 AI 기업이 가져야 할 태도를 ’배관공‘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 시스템을 설치하며 파이프 이음매의 종류나 재질 문제로 고군분투하며 배관공의 업무에 대해 알고 싶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배우게 됐다”며 “고객과 깊이 소통하고 현장에 밀착해 손을 더럽히는 제작자의 집착만이 진짜 작동하는 AI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는 대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리오 부사장은 “대기업은 효율성 때문에 개별 고객의 번거로운 요구사항을 일일이 대응하지 못한다”며 “이 비표준화된 ’불편함‘이야말로 스타트업이 진입 장벽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카를라 고메즈 카노 테커 CEO가 MWC26 피지컬AI 세션에서 말하고 있다(사진=카를라 고메즈 카노 테커 CEO 링크드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봇에게 ’베데스다‘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이유

    기술적 난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인간과의 공존이다. 카를라 고메즈 카노(Carla Gomez Cano) 테커(Theker) CEO는 현장 노동자들이 로봇에게 ’베데스다‘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하는 심리적 전략을 소개했다.

    그녀는 “로봇이 업무의 일환이자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자들이 변화를 좋아하게 만들고 그들을 프로세스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노 CEO는 데이터 부족 문제 역시 ’합성 데이터‘를 통해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모델의 약점을 파악해 정교하게 합성된 데이터를 주입함으로써 작업 성공률을 80%에서 98%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세션의 좌장을 맡은 펩 빌라도마트(Pep Viladomat) 노스빔(Northbeam) 창업자는 “피지컬 AI는 더 이상 스크린에 갇힌 소프트웨어가 아니다”라며 피지컬AI 논의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