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07 (토)

    '대법관 26명' 시대 현실로…증원 이후 '설계'가 관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법관 14명→26명…2028년부터 3년간 충원

    법조계, 하급심·전원합의체 기능 약화·정치적 중립성 우려

    하급심 강화 병행·공론화 과정 등 후속 조치도 필요

    노컷뉴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법부의 고심은 이제 '증원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상고심 적체 해소를 위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실제 대폭 증원은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방향이 이제 정해진 만큼 증원 효과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줄일 정교한 후속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꾸준히 제기된 대법관 증원 논의…결국 법안 통과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공포되면 2년 뒤인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3년간 총 12명의 대법관이 단계적으로 충원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증원되는 12명과 재임 중 임기가 만료되는 10명을 포함해 모두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유예 기간 동안 늘어난 대법관 규모에 맞춰 전원합의체 구성과 운영 방식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2~13일 열리는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도 사법개혁 3법 대응 방안 등 관련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법관 증원 논의는 처음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대법관 14명 체제는 2007년 이후 약 2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그리고 그 사이 대법원 사건수는 크게 늘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7년 약 2만 7천건에서 2024년 4만 1천여건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법관 1명이 연간 수천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며 재판 지연, 심리 부실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면서 상고심 개혁 논의는 반복됐다. 2011년에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고 전원합의체를 이원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2015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는 20~30명으로 늘리는 방안과 상고법원 설치 논의가 나왔지만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재판을 했다는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중단됐다. 2022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대법관을 18명으로 늘리고 소부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급심·전원합의체 기능 약화 우려도

    이번에도 우려는 적지 않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하급심 약화 가능성이다. 대법관이 늘어나면 이들을 보좌할 재판연구관도 함께 늘어야 한다. 현재 대법원 재판연구관 가운데 상당수는 법관 자격을 가진 부장판사급 인력이다. 대법관 12명 증원에 맞춰 연구관까지 대폭 늘릴 경우, 1·2심 재판을 맡는 숙련 법관들이 대거 대법원으로 이동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상고심 부담을 줄이려다 사실심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게 법원 안팎의 우려다.

    전원합의체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법원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령 해석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대법관이 26명으로 늘어나면 하나의 전원합의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여당에서는 13명 규모의 연합부를 2개 두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에 한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구상을 내놓았지만 연합부별 판단이 엇갈리거나 전원합의체 회부 기준이 높아질 경우 판례 통일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른다. 여기에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까지 맞물리면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증원보다 중요한 건 제도 설계"

    노컷뉴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남은 과제는 증원 이후의 설계다. 우선 하급심 강화부터 병행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고심 개혁이 실효를 가지려면 결국 1·2심에서 충실한 사실심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관 증원으로 확보되는 여력을 상고심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일선 법원의 판사 충원과 재판 지원 인력 확충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체 판사 정원 확대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대법관 한 명이 늘면 재판연구관이 8~9명 정도 늘어나는데 현재도 하급심 재판이 상고심보다 더 늦다. 상급심 인력만 늘어나면 결재권자만 많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기능부터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법원이 법령 해석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법원형'인지, 개별 사건의 권리 구제에 집중하는 '권리구제형'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세계적으로 최고법원은 정책법원형과 권리구제형 두 유형으로 나뉜다.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은 사건 당사자들의 사건을 충실히 심리하는 권리구제형 최고법원에 가까워야 한다"며 "지금 대법원은 두 가지를 애매하게 함께 추구한다"고 지적했다.

    상고 구조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은 최고법원 구조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상고 허가나 상고 제한 장치를 통해 사건 수를 조절한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상고가 광범위하게 허용돼 대법원에 사건이 과도하게 몰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상고허가제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숙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법제도는 한 번 구조를 바꾸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너무 빠르게 추진될 경우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원장들이 최근 "여러 기관과 전문가를 아우르는 협의체를 통해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 방안을 폭넓고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증원은 국가 사법체계를 좌우하는 큰 설계"라며 "충분한 공론화와 논의 없이 빠르게 결정되면 이후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진실은 노컷, 거짓은 칼컷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