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다이 설계 소그래스 TPC 이야기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무대
원래 늪과 습지…악어와 뱀 ‘우글우글’
덤불 제거 위해 염소 투입, 나중엔 골칫덩이
셰플러나 매킬로이 우승하면 첫 3회 우승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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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영구 개최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중 상금이 가장 많아 ‘돈 잔치’로도 불린다.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은 오는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열린다. PGA 투어 본부도 소그래스 TPC 바로 옆에 있다.
1980년 개장한 소그래스 TPC는 PGA 투어가 소유 또는 운영하는 TPC(Tournament Players Club) 골프장의 시초다. 당시 PGA 투어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은 토너먼트 전용 코스를 갖길 원했고, 가학적 설계로 유명한 피트 다이와 함께 작업했다.
소그래스 TPC는 최초의 관람객 친화형 스타디움 코스다. 주요 포인트에 넓은 관람석을 만들어 갤러리에게 완벽한 시야를 제공하고 클럽하우스에서 멀리 걸어가지 않고도 여러 홀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먼이 다이와 함께 스타디움 코스를 구상한 배경엔 그의 경험이 작용했다. 비먼은 1974년 커미셔너가 된 후 팬의 입장이 돼 로프 밖에서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다. 키가 170cm였던 비먼은 경기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고, 일부 팬들은 더 잘 보기 위해 발판 사다리를 가져오는 걸 목격했다.
소그래스 TPC는 특정 플레이 스타일에 유리하지 않은 공정한 코스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곳에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처음 열린 1982년 이래 3회 이상 우승한 선수가 아직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2001년 첫 우승 후 두 번째 우승(2013년)까지 12년을 기다렸다. 홀들은 다양한 길이와 난이도를 가지고 있고, 거의 매 홀 도전과 위험이 공존한다.
소그래스 TPC가 들어선 자리는 원래 늪과 습지였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설계자 다이는 생전 인터뷰에서 “처음 코스가 들어설 예정지를 답사했을 때 빽빽한 늪지대 정글 속에서 나의 동료는 사슴, 악어, 멧돼지, 그리고 독사뿐이었다”고 회상했다. 다이가 코스 건설 전 토양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땅을 팠는데 커다란 뱀이 튀어 나와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작업자들은 뱀이 너무 많아 정글용 칼인 마체테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
PGA 투어가 소그래스 TPC 조성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빠듯했다. 투어 운영 자금을 코스를 만드는 데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GA 투어는 당시 대출까지 받아가며 자금을 조달했다.
골프장 개장을 얼마 앞두고 코스 여기저기에 있는 무성한 덤불 등을 제거해야 했는데 자금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이때 다이는 지역 농부가 덤불이 우거진 곳에 염소를 풀어놓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염소들은 관목, 잡초, 덩굴, 풀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번식력도 놀랍다. 처음 코스엔 프룬스, 토르, 크루라는 이름을 가진 세 마리와 그 밖의 이름 없는 염소들을 풀어놨다. 나중에 새로 들여온 염소들이 더해지고 새끼들도 낳으면서 수십 마리로 늘었다. 약 6개월 만에 염소들은 덤불의 80%를 없앴다. 덕분에 PGA 투어는 거의 돈을 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료 노동력’에는 대가가 따랐다. 염소들은 영리했고 우리 안에 갇히는 걸 싫어했다. 처음엔 1번 홀 페어웨이 오른쪽 ‘염소 섬’으로 불리는 곳에 갇혀 있던 녀석들이 나중엔 클럽하우스 근처까지 돌아다녔다.
어느 날은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근처 연못에서 물을 마시던 작은 염소가 악어에게 공격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악어가 염소를 물속으로 끌고 갔는데, 잠시 후 염소가 물 위로 솟구쳐 올라오더니 미친 듯이 헤엄쳐 살아나왔다. 식당 손님들은 작은 염소의 탈출에 박수를 보냈다.
염소들은 소그래스 TPC의 유명 인사가 됐지만 한편으론 골칫거리였다. 여기저기 아무 데나 배설을 하는 바람에 냄새가 났고, 매일 아침 그걸 치우는 건 직원들 몫이었다. 어린 염소가 클럽하우스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해 구조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소그래스 TPC는 개장 후 약 1년 만에 염소들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
염소(Goat)들은 쫓겨났지만 GOAT(역대 최고 선수)를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다. 이 둘 중 누구라도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 1982년 이후 첫 3회 우승자가 된다. 셰플러는 2024년 대회 사상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매킬로이는 셰플러에 이어 두 번째 2연패에 도전한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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