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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결혼을 싫어해
"너만 있으면 돼."
엄마는 말해요
나에겐 아빠가 필요하다는 걸
도무지 몰라요
같이 손잡고 걸어도
마음은 번번이
"저 남자 어때요?
저 남자는 어때요?"
대문 밖
너무 멋진 아빠들의 숲에서
엄마의 대답은 나무늘보처럼 느려요
「동시발전소」, 동시발전소편집부, 2023년 여름호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감동을 받은 동시다. 아빠 없이 엄마 밑에서 커 가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이혼을 한 것일까? 아이는 그럼 친아빠가 보고 싶을 것이다. 사별을 한 것일까? 아이는 그럼 예쁘고 젊은 엄마가 멋진 남자랑 재혼하기를 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미혼모 같다. 아빠랑 왜 결혼을 안 한 거야? 아빤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은 주요섭의 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에서 어머니가 한 말이기도 하다. 엄마는 우리 집에 아빠가 안 계시지만 내가 너를 끔찍이 사랑하고 있으니 우리끼리 행복하게 잘 살자고 아이에게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아빠의 넓은 품이 그립기도 한 것이다. 그걸 엄마가 몰라주니 무척 서운하다.
[사진 | 동시발전소편집부 제공] |
엄마가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는 집이 대한민국에 꽤 될 것이다. 이 동시의 장점은 아이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어른들이 쓰는 동시는 종종 어른의 관점에서 쓰는 경우가 있다. 아이를 철들지 않은 존재로 여겨 교훈을 주려고 하고 가르치려고 한다. 그런데 동시의 1차적인 독자가 아이라면 바로 이렇게 아이의 관점에서 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성환희의 이 동시는 성공작이다.
이승하 시인 | 더스쿠프
shpo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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