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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7 (토)

    [노필터 로봇]공 차는 로봇, 생각하는 공장…'AX'로 무장한 K제조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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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 현장을 가다

    휴머노이드부터 로봇 손까지…'손재주 간극' 메우며 자율제조 시대 성큼

    외유내강의 소프트웨어 저력 확인 속 '스마트공장 보급 둔화'는 숙제로 남아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 현장. 동문을 들어서자마자 육중한 기계음 대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1층 B홀 입구 앞에 마련된 휴머노이드 임대 업체 탑로봇의 부스. 그곳에는 다섯살 남짓한 아이 크기의 '꼬마 로봇'이 빨간 장난감 축구공을 쫓고 있었다. 로봇은 회사 직원이 장난스럽게 공을 빼앗으려 하자 실제 아이처럼 쪼르르 달려드는가 하면, 의욕이 앞선 나머지 여러 차례 헛발질하며 엉덩방아를 찧을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축구 신동처럼 드리블하는 건가 기대했는데 공을 제대로 차지 못해 반전이었다"면서도 "자기 시야에서 공이 사라지자 두리번거리면서 갸우뚱하고 헛발질하는 게 진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아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단순히 프로그래밍한 궤적을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주변 환경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피지컬 AI의 진화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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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의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 현장에서 꼬마 휴머노이드가 공놀이를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아틀라스'에 쏠린 눈… 재야의 로봇 강호들의 '총력전'
    이 귀여운 축구 신동 로봇은 이번 전시회의 메인 테마인 제조 'AX'(AI 전환)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전시의 메인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D홀로 들어서자 대한민국 로보틱스의 현재와 미래가 한눈에 들어왔다.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로보틱스랩의 연합 부스는 단연 이번 전시회의 랜드마크였다. 특히 국내 최초로 공개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비구동 모델 앞에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을 사로잡은 주인공을 실물로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공장(HMGMA)의 현대글로비스 통합물류센터에서 우선 학습시키고 있다"며 "2028년 고도화된 물류 작업에 먼저 투입한 다음 2030년엔 제조 공정에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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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의 지쿠셔틀이 물류작업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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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라스가 들 수 없는 무거운 화물은 지쿠셔틀의 몫이었다. '팔레트 셔틀'로 불리는 이 장비는 운반 로봇이 장착된 팔레트를 고정 레일 위로 이동시켜 2t이 넘는 물품을 입고·보관·출고 위치로 자동 배치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회사 알티올과 공동 개발한 창고제어시스템(WCS) 플랫폼 '오르카'가 창고마다 각기 다른 규모와 내부 구조를 분석해 최적화된 경로를 설정한다고 한다.

    이번 AW 2026의 주인공은 비단 대기업뿐만은 아니었다. 유진로봇, 고성엔지니어링 등 이른바 '재야의 로봇 강호'들이 각자 특화된 영역의 자율주행 물류 로봇(AMR)과 협동 로봇을 전면 배치하며 한국 로봇 생태계의 튼튼한 허리를 입증했다. 로봇 모션 제어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이날 픽 앤 플레이스에 특화된 델타 로봇을 인형뽑기 기계로 재창조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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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모베드 협력사인 고성엔지니어링의 제품 시연 모습. 김진영 기자


    '손재주 간극' 좁히는 로봇 손…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수많은 기업이 '로봇 핸드' 기술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특히 로보티즈, 원익로보틱스, 글로벌제우스 등을 비롯한 수많은 로봇 업체가 사람의 손 기능을 정밀하게 구현한 로봇 팔을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껍질과 과육이 물렁물렁한 복숭아, 감을 뭉개지 않고 접시로 옮기는가 하면, 원익로보틱스의 '알레그로 핸드'처럼 딸기와 자두를 손끝으로 들어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입에 집어넣을 것처럼 빙빙 돌리는 로봇도 있었다. 과거의 로봇이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힘'에 초점을 맞췄다면, 2026년의 로봇은 작고 부드러운 과일 모형을 으깨지 않고 정교하게 집어 올리는 '섬세함'에 공을 들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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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익로보틱스의 '알레그로 핸드'가 과일 모형을 집어든 채 손끝으로 돌리는 모습. 김진영 기자


    세계 로봇 공학계의 석학인 켄 골드버그 UC버클리 산업공학과 교수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이나 물체의 질감에 따른 힘 조절을 로봇이 구현하기엔 여전히 공학적 난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로봇이 전기 기술자, 기계공, 배관공 등의 복잡한 조작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아직 수년이 더 걸릴 것"이라며 로봇이 인간의 노동에 종말을 고하기엔 아직 10년은 이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전시된 로봇 핸드들은 골드버그 교수가 지적한 '손재주 간극'(dexterity gap·로봇이 인간의 정밀한 손동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의 기술 장벽이 어떻게 극복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AI가 접목된 로봇 손은 물체의 강성과 형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파지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제조업의 뇌와 근육이 돼 공장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자율제조'의 미래를 엿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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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제우스의 로봇이 과일을 접시에 옮기고 있다. 김진영 기자


    AI 제조 현장의 사령탑…생각하는 공장
    로봇들이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을 때, 전시장 한편에서는 LS일렉트릭, 슈나이더 일렉트릭처럼 제조 현장의 '두뇌'를 자처한 기업들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최대 규모의 부스를 꾸린 LS일렉트릭은 PLC 신제품 'SU-CM70'을 최전방에 배치하며 AI 팩토리 모델과 연계한 산업 자동화 솔루션의 미래를 제시했다. 가상 공장과 실제 현장을 소프트웨어로 연결(디지털 트윈)해, AI가 현재 어느 공정의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어떤 설비에서 불량이 발생하는지 실시간으로 피드백했다. 앞서 본 로봇들이 산업 현장에서 100%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생각하는 공장'의 탄생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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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일렉트릭의 AI 팩토리가 반도체 공장의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산업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는 모습.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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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AW2026은 'K제조업'이 인간의 개입 없이 공장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최적의 제품을 생산하는 '자율제조'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공장 데이터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AI 기술은 '자율제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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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화려한 기술의 향연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엿보였다. 제조업 현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력 격차가 날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을 설립하고 중소기업의 AX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연간 스마트공장 보급이 둔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발표된 '제1차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지능형(스마트) 공장 도입률은 약 18.6%로, 중견기업(85.7%)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AI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정작 산업 자동화 솔루션의 주 고객층이 될 중소기업은 초기 비용 부담에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자율제조 산업의 성장과 상생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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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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