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서 이런 현상은 낯설지 않다.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때 집권 세력 후보들이 그 이름을 내세우는 것은 오래된 선거 공식이다. 대통령 선거의 여세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집권 초기에는 여당이 비교적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일 전남 영광농협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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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방선거의 본질은 대통령 선거와 다르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지역 행정을 책임질 사람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지방정부는 주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조직이다. 도시계획, 교통, 복지, 교육, 환경, 산업 정책 등 주민 삶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곳이 바로 지방정부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기준은 단순한 정치적 연고가 아니라 행정 능력과 미래 전략이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혁명 한가운데에 있다. 산업, 경제, 행정, 교육, 의료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AI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설명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역시 이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지방정부가 더 절박하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도시 경쟁력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주요 도시들은 AI 행정을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스마트 네이션’으로 전환하며 교통·환경·치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도시들은 AI 기반 교통 관리 시스템으로 교통 체증을 줄이고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AI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을 관리한다.
도시 운영 자체가 데이터 기반 행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정부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앞으로의 지방자치는 단순한 행정 경험이나 정치 경력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 데이터 분석 능력, 디지털 전환 전략, AI 활용 능력이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통 정책 하나만 보더라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AI는 수백만 건의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도시의 상권 변화, 인구 이동, 부동산 수요, 관광 흐름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훨씬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다.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의 생활 패턴을 데이터로 분석하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결국 AI는 행정 효율성과 정책 정확도를 동시에 높이는 도구다.
문제는 정치권의 인식이다. 여전히 많은 후보들이 선거에서 내세우는 것은 인맥과 경력, 그리고 정치적 계보다. 대통령과의 관계, 중앙 정치권과의 연결고리, 정당 내 영향력 등이 주요 홍보 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유권자가 묻고 싶은 질문은 그것이 아니다.
“이 후보가 우리 도시를 미래형 도시로 만들 수 있는가.”
“AI 시대에 지역 경제를 성장시킬 전략이 있는가.”
“데이터 기반 행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정치적 간판도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지방정부는 이제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지역 경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 생태계를 만들며 스타트업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 도구가 바로 AI와 데이터다.
AI를 활용한 행정 혁신은 이미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민원 상담에 AI 챗봇을 도입했고, 재난 대응 시스템에도 AI 분석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도시 전략 수준으로 발전한 곳은 많지 않다.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중요한 질문은 분명하다.
“이 후보는 AI 시대의 행정을 준비하고 있는가.”
AI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도시 경쟁력, 산업 정책, 교육 정책, 교통 정책, 복지 정책까지 모두 연결되는 미래 행정의 핵심 인프라다.
따라서 지방선거의 기준 역시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가가 아니라
AI와 데이터 행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 대통령도 바뀌고 정치 지형도 변한다. 그러나 도시의 경쟁력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잘못된 도시 전략은 수십 년 동안 지역의 미래를 묶어버릴 수 있다.
지방선거는 정치의 연장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새로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후보들은 분명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AI를 행정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데이터 기반 정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역 산업을 AI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바꿀 것인가.
유권자 역시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치적 간판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대통령의 인기에 기대는 선거는 일시적인 정치 이벤트일 뿐이다. 그러나 AI 기반 도시 전략은 지역의 10년, 20년을 좌우한다.
지방선거의 선택 기준은 분명하다.
대통령 간판이 아니라 AI 역량이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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