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유사와 주유소에 대한 손실보상금 가능성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관련 브리핑을 열고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에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최대한 이를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최고가격 지정제'는 정부가 특정 품목의 판매가격 상한선을 설정해 가격 급등을 억제하는 정책이다. 산업통상부 소관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 수입 가격이나 판매가격이 현저하게 변동하거나 변동할 우려가 있을 때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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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는 지난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가 시행된 이후 30년간 사실상 사문화됐다.
하지만 최근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국내 유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물가 안정을 위한 대응 카드로 가격 통제 방안이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유소 판매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특히 원유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국내 휘발유 가격에 가해지는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949.0원, 경유 가격은 1971.4원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과 비축유 방출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왔다. 다만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소비자 가격 상승을 단기간에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가격 상한이 설정될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손실 보상 문제가 주요 정책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이미 상승한 상황에서 판매가격이 제한되면 그 부담이 주유소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대전광역시 소재 SK KH에너지 하이웨이 주유소를 방문, 주유소 관계자와 유류 거래량 등 현장상황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재정경제부] = 2026.03.09 plu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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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와 주유소 사이 가격 구조도 변수로 꼽힌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도매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판매가격이 상한에 묶이면 유통 단계에서 마진이 줄어들거나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자영업 형태가 많은 주유소 업계 특성상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대전 SK KH에너지 하이웨이 주유소를 방문해 국내 유류 가격 상승 원인을 점검했다.
주유소 관계자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시 주유소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자, 구 부총리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자가진단키트의 가격이 급등하자 최고 가격지정제를 시행하고, 이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급한 적이 있다.
과거 사례를 봐도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 지원 등 보완책이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가격 통제에 따른 유통 단계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일부 보전하는 방식이다.
만약 석유 최고가격제가 현실화될 경우 주유소 손실보상 방식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과 세제 지원을 통한 간접 보전, 정유사가 일부 부담을 분담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크업(이윤)이 없는 품목은 최고가격제를 하면 굉장히 손해를 보지만, 마크업이 큰 곳은 그렇지 않다"며 "직접 보조금이 들어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류기찬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서울 일부 주유소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가격표의 모습. 2026.03.05 ryuchan0925@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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