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GBBC 한국 대사 인터뷰
발행주체보다 환급 구조가 더 중요
지역은행 외국인 노동자 환전·송금 강점
비트코인 ETF 자산운용사 등 역할 필수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경예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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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집행의 용이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움직여야 하는 돈은 그리 ‘팬시(fancy)’하지 않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 설계를 둘러싼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용자를 디지털 금융으로 끌어들이고 실제 자금을 움직일 구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학계 제언이 나왔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은행 예금 기반 환급 구조가 핵심”
이종섭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협의회(GBBC) 한국 대사 겸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자산의 상당 부분을 60대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결제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지갑으로 이뤄진다고 했을 때에도 이들이 은행 창구를 찾아가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장년층을 디지털 금융으로 온보딩시키는 ‘디지털 컨시어지’ 역할은 결국 이들의 돈을 가장 많이 관리해온 중간자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종섭 교수는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정책 논의에 꾸준히 참여해 온 학계 전문가로,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 육성 과정에서 안정과 혁신의 균형점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GBBC 한국 앰버서더로 임명돼 국내 블록체인 정책·산업 동향을 공유하고 글로벌 규제 정합성을 위한 다국적 협력에 동참하게 됐다. GBBC는 지난 2017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설립된 디지털자산 분야 비영리 협회로, 전 세계 124개국 500여개 기관 회원과 함께 블록체인 활용 확대를 위한 정책·산업 협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 금융 구조를 고려할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현실적으로 은행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와 환매조건부채권(레포·Repo) 시장이 매우 발달한 미국은 다양한 현금성 담보 자산으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유지 연습을 해온 반면, 한국은 자본시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얕아 동일한 모델을 가져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에서는 언제든 1원으로 환급 가능한 자산이 은행 예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발행 주체’ 논쟁보다 실제 환급 구조 설계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예금 기반 환급 구조가 정착하면 장기적으로 원화 자산 수요 확대와 원화 채권시장 성장으로 이어지며 자본시장 고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을 넓히는 방안으로는 지방은행 예치 모델도 제시했다. 준비금 일부를 지방은행에 분산 예치하면, 해당 은행들이 새로운 예금 기반을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지역 기업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교수는 “영남권 제조업 협력사들만 봐도 고령화와 인력난, 스마트 팩토리 전환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자금 수요가 상당하다”며 지방은행의 예금 기반이 두터워지면 투자 자금이 지역에서 바로 공급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은행은 외국인 노동자 금융과 동남아 환전·송금 시장에서 이미 강점을 갖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되면 이러한 지역 금융이 해외 송금과 결제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은행이 담보와 안정성을 맡는다면) 실제 해외에서 원화를 쓰게 만드는 역할은 두나무, 카카오, 네이버 같은 플랫폼·핀테크 기업들이 담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현행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은행 중심 발행 구조(50%+1주)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가로막혀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수익을 충분히 공공적 용도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있다”며 “지금은 생산적인 결과를 위해 은행과 핀테크의 협업 모델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경예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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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중심 시장으론 ‘가상자산 G2’ 한계…해법은
지난 2022~2024년 금융위원회의 디지털자산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참여했던 이 교수는 소비자 보호 중심 논의가 한창이던 당시에도 시장의 유동성을 뒷받침해줄만한 법인 투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특히 한국 투자자 사이에서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봤다. ‘펌프앤덤프(Pump-and-Dump)’에 취약해 한 두 번의 매수·매도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시장에서는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 관련 기관들도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진행한 2025년 가상자산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100만원 미만 소액 투자자가 25.3%를 차지한 가운데 이들의 피해 비중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경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최근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시장 성장 속도에 비해 금융소비자 보호체계가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시장에 노련한 게이트키퍼들이 들어오면 불량 식품 같은 자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양성화해 시장 조성 법인들이 거래의 반대편을 받아주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시장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가상자산위원회는 ▷현금 목적 매도 거래 ▷제한된 법인 투자 ▷법인 투자 전면 허용 등의 순서로 단계적 법인 참여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법인의 정의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며 “지금 시장에 필요한 법인은 유동성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라고 짚었다.
이어 “디지털자산 시장에는 마켓메이킹 주체가 먼저 들어와야 한다”며 “서울대가 기부 받은 위믹스 코인을 시장에 팔아도 유동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의 문제의식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논의와도 연결된다. 그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개인들만 있어서는 절대 만들 수 없다”며 “시장조성자가 ETF를 판매하고, 그 현금으로 기초자산을 매입해 자산운용사와 연결하는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ETF든 채권 ETF든 구조는 똑같다”며 “자산운용사와 시장조성자, 기초자산 매입·인도 체계가 함께 돌아가야 하는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런 중간 인프라가 비어 있다”고 진단했다. 개인 투자자 비중은 세계 최상위권인데 정작 제도권 상품 시장을 떠받칠 인프라는 부족한 기형적 구조라는 평가다.
시장조성 법인에 대한 내부통제 수준도 강하게 요구했다. 이 교수는 “핵심은 투자자 보호이고, 가장 좋은 가격을 찾아 고객에게 제공하는 베스트 프라이스(Best Price)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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