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제작사 하이그라운드(현 TME 그룹)이 지난 2019년 회삿돈 500만 달러 해외 송금 과정에서 배임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방정오 TV조선 부사장이 이 자금 집행을 직접 승인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선일보 방상훈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방정오 씨는 당시 하이그라운드의 최대 주주였다.
뉴스타파는 당시 하이그라운드 대표와 방정오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자료를 확보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500만 달러가 소요된 하이그라운드의 사업 승인 보고 ▲페이퍼컴퍼니 설립 지시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500만 달러 자금 흐름에 낀 페이퍼 컴퍼니 두 개… 방정오 지시 정황
뉴스타파는 하이그라운드가 2019년 5월 싱가포르 자회사에 빌려준 500만 달러, 약 60억 원이 아랍에미리트 자산운용사 스톤포트로 송금된 사실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 조선일보 둘째 아들, 회삿돈 500만 달러 배임 의혹)
뉴스타파 취재 결과, 500만 달러는 가상자산 라이센스 관련 사업에 투자한 돈이었다. 하이그라운드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2019년 당시 하이그라운드 사업목적은 영화, 드라마 제작 등 콘텐츠 사업 뿐이다. 60억 원 되는 거액을 목적 외 사업에 쓴 것이다. 하이그라운드는 500만 달러를 쓰면서 제대로 된 담보나 보증도 확보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로 흘러 들어간 500만 달러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됐고, 결국 하이그라운드는 이 돈을 대손충당 설정했다. 돌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럴 경우 이 사업을 승인한 사람과 수행한 사람 모두에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
하이그라운드는 자금 송금 과정에서 스톤포트로 투자금을 직접 보내지 않고, 자금 흐름 사이에 회사 두 개를 끼워 넣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두 회사가 없었다면, 하이그라운드는 스톤포트와 디지털 자산 라이센스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비용 500만 달러 역시 직접 입금했어야 한다. 이럴 경우 외부에서 500만 달러가 사업 목적과 맞지 않는 용도로 쓰였다는 점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Mr.Big "조용히 하려면 브릿지로"
뉴스타파는 하이그라운드의 500만 달러 송금과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의문을 풀어줄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입수했다.
하이그라운드와 GDA 대표 이 씨는 현재 하이그라운드와 뉴욕주 법원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씨는 500만 달러 자금 흐름을 최종 승인한 사람이 방정오 씨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로 텔레그램 대화 캡처파일 두 개를 제출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19년 3월 19일 하이그라운드 대표 우 모 씨와 Mr.Big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전체.
먼저 우 씨는 "정cp(하이그라운드 총괄이사)에게 연락 받았다"며 "제가 OO(이 씨)에게 연락해서 본 프로젝트는 Go라는 싸인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씨가 제안한 '500만 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방정오 씨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우 씨는 프로젝트와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챙기고, 진행 상황을 텔레그램으로 수시로 보고하겠다고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19년 3월 19일 하이그라운드 대표 우 모 씨와 Mr.Big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
이 씨는 방정오 씨가 언급한 '브릿지'가 자신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GDA'라고 주장했다. 이 씨의 주장대로라면, 업무상 배임 소지를 피하기 위해 하이그라운드의 500만 달러 자금 거래 중간에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으라고 지시한 사람은 바로 방정오 씨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2019년 3월 19일 하이그라운드 대표 우 모 씨와 Mr.Big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
정리하면, MR.Big은 하이그라운드에서 벌어진 500만 달러 규모의 배임 의혹에서 보고를 받고 의사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Mr.Big은 ‘조용히 하면 브릿지,’ 즉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사업을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당시 우 씨는 하이그라운드 대표였고, 최대주주는 방정오 씨와 BRV였다. 이 대화 대로라면, BRV는 이 씨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우 씨가 하이그라운드 내에서 보고할 만한 사람은 방정오 씨 뿐이다. 500만 달러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지시한 Mr.Big이 방정오 씨로 보이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방정오 씨에게 취재를 요청했지만, 방 씨는 취재를 거부했다. 방 씨와 텔레그램을 나눈 우 씨 역시 뉴스타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하이그라운드에 질문지를 보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취재 전혁수, 최혜정
촬영 최형석
C.G. 정동우
편집 정지성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뉴스타파 최혜정 judy@newstapa.org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