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DNA 검사 결과 친모는 할머니로 확인
석 씨 “내 딸이 낳은 아이. 난 낳은 적 없어”
“제가 낳은 아이가 아니에요.”
유전자(DNA) 검사라는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한 여성은 강하게 출산 사실을 부인했다. 5년 전 오늘인 2021년 3월 13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프로파일러 3명을 전격 투입했다.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드러난 ‘아이 바꿔치기’ 정황, 그리고 “딸을 낳은 적 없다”며 DNA 검사 결과마저 부정하는 피의자 석모 씨(당시 48세)의 입을 열기 위해서였다.
◇미라처럼 발견된 3살 아이…사건의 시작=약 한 달 전인 그해 2월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아이의 시신은 미라처럼 굳어 있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아래층에 살던 피해자의 할머니 석 씨와 그의 남편이었다.
당시 경찰은 아이의 엄마로 알려진 김모 씨(당시 22세)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김 씨도 “전남편의 아이라 보기 싫었다”며 범행을 인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아이를 방치해 숨지게 한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였다.
하지만 3월 10일 숨진 아이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가 나오면서 유례없는 미스터리로 전환됐다. 숨진 아이와 엄마 김 씨 사이에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 오히려 할머니로 알려졌던 석 씨와 아이 사이에서 친자 관계가 확인됐다. 숨진 아이가 김 씨의 딸이 아닌 동생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석 씨의 남편과 아이 사이에는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아 친부는 다른 사람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은 석 씨가 김 씨와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한 뒤 병원이나 산후조리 과정에서 신생아를 몰래 바꿔치기 했다는 충격적인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석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도 취재진을 향해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며 출산을 완강히 부인했다. DNA검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네”라고 답했다.
석 씨의 범행 내용을 받아내기 위해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도 투입했다. 하지만 석 씨는 “(숨진 여아는) 딸이 낳은 아기가 맞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와 다른 답변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또 그는 ‘신생아 바꿔치기’ 의혹 역시 전면 부인했다.
석 씨의 내연남 2명과 현 남편을 상대로 진행된 DNA 검사에서도 숨진 아이의 친부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라진 김 씨의 ‘진짜 딸’…끝내 찾지 못했다=숨진 석 씨의 딸 외에 사라진 김 씨가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아이의 행방은 묘연했다.
경찰은 수사대 7개 팀을 동원해 인근 지역의 모든 산부인과 진료 기록을 뒤지고 여성 상담소 수백 곳을 샅샅이 조사했다.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사라진 아이의 생사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은 또다른 피해자인 김 씨 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대법원 “바꿔치기 입증 부족”...뒤집힌 판결=재판에서도 사건의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신의 여동생을 방치해 숨지게 한 김 씨는 1심 재판에서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에서도 같은 형량이 유지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석 씨는 미성년자 약취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숨진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2심은 석 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인 것과 그가 몰래 아이를 바꿔치기했다는 수사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이 바꿔치기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숨진 아이가 석 씨의 아이라는 것만 인정된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후 2023년 2월 2일 파기환송심에서는 “시신을 숨기려 한 점은 인정되지만, 아이를 바꿔치기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징역 8년)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유전자(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과 피해 여아의 친자관계가 성립됐다고 봤지만, 이 감정 결과가 피해 여아를 바꿔치기했다는 사실로 인정될 수는 없다”며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최후 변론에서 석 씨는 “손녀를 지켜주지 못한 무거운 마음을 사죄하기 위해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겠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지만 손녀딸에게 과자를 사주기 위해 열심히 일한 평범한 할머니였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전했다.
결국 방치돼 숨진 아이의 진짜 친부는 누구인지, 신생아 바꿔치기는 실재했는지, 그리고 지금도 행방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아이는 어디에 있는지.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구미 3세 여아 사건’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돈이 행복의 전부라면, 왜 더 벌어도 더 불행하게 느껴질까?
김도연 AX콘텐츠랩 기자 doremi@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