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R 심리 거절 늘어 방어권 축소
삼성전자 등 무더기 소송에 부담
“기업대응 한계…정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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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특허권 보호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첨단산업 기업들의 소송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비실시기업(NPE·Non-Practicing Entity), 이른바 ‘특허괴물’의 주요 표적이 되면서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에서 무더기로 제기된 특허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특허괴물 넷리스트가 제기한 라이선스 소송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과 관련해 픽트비아의 디스플레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약 1억 9140만 달러(약 2870억 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미국 알파터치그룹과 특허 소송으로 싸우고 있으며 슈어셀트랜젝션은 삼성페이의 결제 기술이 자사의 특허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특허 관리 전문 업체 AMT가 2024년 메모리반도체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소송으로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소송이 남발하는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바뀌고 있는 미국의 특허 정책 전략이 있다. 과거에는 특허 남용 문제를 줄이기 위해 2011년 미국발명법(AIA)을 도입하고 특허무효심판(IPR)을 통해 특허의 유효성을 신속히 다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특허청(USPTO)은 IPR 개시를 재량으로 거절하는 사례를 크게 늘리며 사실상 피소 기업의 방어 통로를 좁히고 있다. 특허 침해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거나 절차 남용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IPR 심리를 열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로서는 소송 초기 단계에서 특허 자체를 무효화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제도 운영 차원을 넘어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 법무부(DOJ)와 특허청은 최근 일부 특허 분쟁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특허권자 입장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허 보호 강화가 곧 혁신 보호라는 논리에 기반하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NPE의 공격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 정부가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분쟁은 법률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통상 전략,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변수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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