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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법조 인사이드] 난민 신청만으로 5년… “재판소원으로 체류 더 늘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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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최종심'인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사법개혁 3법' 공표 첫 날인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 청구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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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재판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취소를 청구하는 헌법소원인 ‘재판소원’ 제도가 지난 12일 시행됐다. 시행 첫날 접수된 1호 사건은 한국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시리아인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인 상황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재판소원 제도를 한국 체류 기간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호 재판소원 모하메드씨 측 “강제퇴거 명령, 거주·이전 자유 침해”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전날 헌법재판소에는 총 2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호 사건은 시리아 국적 모하메드씨가 제기한 것이다. 그는 대법원이 지난 1월 출입국 당국의 강제퇴거 명령 및 보호 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신체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모하메드씨를 대리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에 따르면 그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정부의 징집 명령을 받자 2013년 6월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난민 신청을 했지만 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했다.

    정부는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부여한다. 이들은 ‘준난민’으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서 경제활동은 가능하지만 사회보장 혜택은 난민보다 제한적이며 체류 허가도 1년 단위로 갱신해야 한다.

    모하메드씨는 한국에서 배우자와 네 자녀와 함께 거주하며 중고 자동차 부품 무역 업체를 운영했다. 그러나 그는 2018년 경제활동 허가 기간이 만료된 뒤 연장하지 않은 채 사업을 계속했다. 또 자동차 부품 거래를 명목으로 외국인 35명을 허위 초청하고 취업이 허용되지 않은 이라크인 2명을 고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1년간 복역했고 출소 후인 2024년 4월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 추방됐다. 그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은 올해 1월 8일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모하메드씨 측은 강제퇴거 명령서에 송환국이 ‘국적국을 제외한 제3국’으로 기재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대리인인 이일 변호사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제3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난민협약, 자유권 규약, 고문방지협약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이를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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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9월 14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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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인정 못 받으면 10명 중 9명 소송

    모하메드씨 사례처럼 앞으로 외국인들이 강제퇴거를 피하거나 추방 시기를 늦추기 위해 재판소원 제도를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 신청은 1만4626건이었지만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135명,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41명에 그쳤다. 난민 인정률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23%보다 크게 낮다. 인도적 체류 허가자를 포함한 난민 보호율도 7% 수준이다.

    다만 난민 신청을 하면 일정 기간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출입국·외국인청의 1차 심사, 난민위원회 이의신청, 법원의 난민 불인정 취소 소송 절차가 모두 끝날 때까지 체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각 절차에 걸리는 기간은 1차 심사 18개월, 이의신청 17개월, 법원 3심까지 약 22개월로 총 57개월가량이다. 난민 신청만으로도 최대 5년 가까이 국내 체류가 가능한 셈이다.

    난민 신청자들은 소송 비용 부담도 비교적 적다. 난민 불인정 취소 소송 상당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공익 활동 차원에서 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난민 불인정 처분을 받은 외국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비율은 2024년 기준 89.8%에 달했다.

    여기에 재판소원까지 추가되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헌법재판소 판단까지 한 번 더 받으면서 국내 체류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난민 불인정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실제 출국 절차를 진행하는 데 며칠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재판소원 제기 가능성을 고려해 약 30일 정도 여유를 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난민 불인정자가 재판소원을 제기한 사례가 없어 구체적인 대응 방식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난민 신청자들이 재판소원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일 변호사는 “재판소원 제도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며 “재판소원으로 기존 재판이 취소되는 사례가 나와야 의미 있는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공익법재단 동천의 권영실 변호사는 “난민 인정자나 인도적 체류 허가자가 사소한 범죄나 행정 위반으로 강제퇴거 명령을 받는 사례는 종종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재판소원과 관련한 난민 문의가 많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이유경 기자(ly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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