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바이두·포니AI·위라이드 3개 자율주행 기업
완전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시범 운영
좁은 골목길, 비보호 좌회전 등 거뜬
돌발 상황엔 경적 울리며 적극적으로 대응도
"노래 틀어줘" 음성으로 로보택시 AI와 대화
편집자주
운전자 없는 택시, '로보택시'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누가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쌓고 실질적인 수익을 내느냐를 겨루는 '데이터 패권 전쟁'의 시작이다.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 중인 중국과, 독보적인 AI 기술력으로 앞서가는 미국의 기세가 매섭다. 반면 세계적인 제조 능력을 갖춘 한국은 각종 규제와 제도 미비로 인해 본격적인 상용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중국 베이징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무인 주행 현장과 미·중 빅테크의 데이터 전략, 그리고 한국 자율주행의 현주소를 집중 조명한다. 총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를 통해 글로벌 로보택시 대전의 현장을 짚어보고 우리 산업의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야근 후에 로보택시 안에서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기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실내가 깨끗해서 자주 이용합니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시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에서 만난 직장인 한춘향씨는 로보택시(완전 자율주행 택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프라이빗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꼽았다. 야근이 잦은 그에게 로보택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퇴근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동식 노래방'이다.
실제로 포니AI와 바이두의 로보택시는 젊은 층을 겨냥한 다양한 인공지능(AI)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승객이 탑승해 음성으로 "노래를 틀어달라"라고 요청하면 차량 내 스크린에 노래방 모드가 활성화된다. 일부 차량은 고가의 차종에만 있는 마사지 기능과 온열 시트까지 갖춰 승객의 편의를 극대화했다.
이 같은 서비스 덕분에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로보택시 이용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춘제(중국 명절) 기간 포니AI 로보택시 한 대당 하루 평균 호출 건수가 26건에 달하는 등 경제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베이징 도심 도로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 갓길에 세워져 있던 차량 한 대가 방향지시등도 없이 갑자기 차로로 끼어들었다. 뒤따르던 차량이 '빵'하고 짧은 경적을 울렸다. 하지만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도로 위 차량 다섯 대 가운데 한 대는 운전석이 비어 있었다. 운전자 없이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로보택시였다.
중국이 로보택시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우한, 선전 등 17개 도시에서 수천 대의 로보택시가 기사 없이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중국의 로보택시는 이미 인간의 평균적인 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기술 경쟁'에서 '수익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누가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가 새로운 경쟁의 초점이다.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바이두(아폴로 고), 포니AI, 위라이드 등 세 기업이 운영하는 로보택시를 직접 이용해봤다. 베이징에서는 약 225㎢ 규모의 경제기술개발구에서 로보택시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IT·신에너지·바이오·로봇·스마트 제조 등 첨단 산업 클러스터가 밀집한 지역이다.
3일 베이징 이좡의 도로를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의 로보택시가 주행하고 있는 모습. 운전석은 승객이 조작하지 못하도록 플라스틱 보호 덮개가 씌워져 있다. 베이징(중국)=이승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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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호출하면 5분 뒤 '무인 택시' 도착…안정적 주행
차량 측면에는 호출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키패드가 있었다. 번호를 입력하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차량 내부 역시 일반 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센터 콘솔에는 뒷좌석 승객이 조작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있었고, 운전석은 승객이 조작하지 못하도록 플라스틱 덮개로 가려져 있었다. 스크린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문 닫기' 버튼을 누르자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이어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가 나왔고, 벨트를 매자 '출발하겠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출발했다.
목적지까지 약 6㎞를 이동하며 느낀 점은 인간 운전자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로보택시는 차로를 변경할 때마다 반드시 방향지시등을 켰고, 제한 속도를 넘지 않았다. 인간 운전자에게 흔한 사각지대도 없었다. 비보호 좌회전 상황에서도 맞은편 차량, 뒤따르는 차량, 진입하려는 차로의 차량을 동시에 인식하며 안정적으로 교차로를 통과했다.
가속과 감속, 조향이 약간 기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승객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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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울해"…승객과 대화하는 로보택시
음성 명령으로 창문을 열거나 에어컨과 온열 시트를 작동시키는 기능도 갖췄다. 일부 차량에는 고급 승용차에 적용되는 마사지 기능까지 탑재됐다. 눈에 띄는 점은 승객의 위치를 인식하는 기능이다. 온열 시트를 켜달라고 요청하자 차량 내부 화면에 "뒷좌석 왼쪽 승객의 온열 시트를 작동합니다"라는 안내가 나타났다. AI가 음성이 나온 위치를 인식해 좌석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돌발 상황에서의 대응도 차이를 보였다. 옆 차로 차량이 무리하게 끼어들거나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 포니AI와 바이두 차량은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필요할 경우 스스로 경적을 울려 주변 차량에 존재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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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AI 주행영상. 베이징(중국)=이승진 기자 |
로보택시의 한계…문제는 결국 '인간'
또 로보택시는 도착 후 3분 안에 탑승하지 않으면 자리를 떠난다. 차량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인간 운전자라면 전화나 메시지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지만, 로보택시는 그럴 수 없다. 차량은 주변 도로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탑승 위치로 돌아왔다.
다만 흥미로운 장면도 있었다. 사거리 한가운데 멈춰 있는 차량이 로보택시라는 사실을 알아챈 주변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는 대신 조용히 차를 피해 지나갔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고'의 차량 내부 모습. 승객의 안전을 위해 스크린을 통해 하차 지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중국)=이승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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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고 냄새도 없다"…일상이 된 로보택시
다만 상용화를 위해선 가격을 낮춰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또 로보택시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택시 기사는 "지금은 비슷한 가격인데, 사람보다 운전이 느리니 택시 기사들이 큰 위기를 느끼고 있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로보택시 수가 늘어나고, 가격도 크게 저렴해지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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