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WGBI 편입] <2> 日, K국채 투자 시작
유입 자금 30% 차지 美 이어 최대
패시브 비중이 80%…이달 말 시동
미쓰비시UFJ “韓국채 분석 착수”
‘기타국가’ 넘어 주요 투자국 기대
전쟁 여파 자금유입 늦어질 수도
“한국 국채를 바스켓에 넣기 위해 일본 자산운용사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6일 일본 도쿄 미쓰비시UFJ자산운용(MUAM) 본사에서 한 채권 담당 매니저는 “한국은 선진국들과 비교해 잠재성장률이 비교적 높고 개방도가 높은 오픈마켓”이라며 “특히 글로벌 경기에 민감해 방향성을 잘 읽는다면 한국 국채에서 초과 수익을 낼 가능성도 있어 비중 있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아시아 최대 채권 투자국인 일본 금융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한국 채권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지만 WGBI 편입에 따라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약 20조 원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예상 유입 자금의 3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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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금융가에서는 WGBI 편입 일정에 맞춰 투자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강현성 SBI 리퀴디티 마켓 글로벌 외환 담당 차장은 “지수 추종 의무가 있는 패시브 자금의 경우 편입 일정에 따른 기계적 리밸런싱이 수반되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원화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일부 기관들은 유동성 여건과 헤지 비용, 원화 거래 관련 규정 및 결제 프로세스를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WGBI 편입 이후 한국 채권 시장으로 약 60조~8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올해 11월까지 약 8개월에 걸쳐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자금은 약 20조 원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달 말부터 WGBI 지수에 한국이 포함되는 리밸런싱 절차가 진행되면서 일본의 패시브 펀드 자금도 함께 유입된다. 업계에서는 일본 내 WGBI 관련 투자 자금 중 패시브 펀드 비중이 약 8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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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일본 자금 유입에 주목하는 것은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운용자산 약 293조 엔 규모의 공적연금(GPIF)을 비롯해 대형 보험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막대한 해외 채권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일본 기관투자가들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자 집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WGBI 편입이 완료되면 한국 국채 시장은 아시아권 3번째로 시장으로 커지게 된다. 웬만한 유럽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다른 주요국에 비해 거시경제 여건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며 “최근 미국과 일본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장기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변동성이 커졌지만 한국 국채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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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본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한국 채권 투자에 인색했다. 변정규 다이와증권 FICC 본부장은 “아시아 채권 투자 기관들은 한국 채권에 투자한 사례가 거의 없다”며 “기존 일본계 자금의 한국 채권 투자 비중은 시장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기관투자가들의 해외 채권 투자에서도 한국은 아직 주요 투자 대상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관심은 여전히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도 주요 투자국으로 분류되기보다는 ‘기타 국가’ 범주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일본 투자자들이 당분간 극도로 보수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석유 의존도가 큰 한국에 지금 당장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한국과 경제 여건이 비슷한 일본 입장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WGBI가 채권 시장에 호재인 것은 맞지만 자금 유입에는 지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GPIF 관계자는 “패시브 펀드는 지수를 추종하지만 액티브 펀드는 운용 전략과 포트폴리오 목표에 따라 투자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한국 국채가 자동적으로 편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GPIF에서 투자 중인 주요 국가 상위 15위 목록에서도 한국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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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다음 달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두고 14일 일본 도쿄에서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과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진행한 뒤 기자들을 만나 “지금이 한국에 투자할 최고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앞서 구 부총리는 13일 도쿄에서 일본 금융기관 고위급 관계자 및 100여 명의 글로벌 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경제 투자설명회(IR)를 개최한 바 있다.
재경부에 따르면 구 부총리는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 및 초혁신 경제 프로젝트 등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가의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며 “바로 지금이 한국 경제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정부는 수출이 9개월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인 최근 한국 경제 동향을 소개하고 국가채무비율, 대외채무 등 대내외 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되는 등 거시경제 여건이 견조하다는 점도 투자가들에게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제도를 개선해도 상대방이 모르면 안 된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의 매력을 알려 나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아울러 구 부총리는 최근 원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과 관련해 “중동 상황 안정화가 중요하지만 필요하다면 구두 개입을 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처를 하는 방안을 협의했다”고도 밝혔다. 양국은 회담 직후 문서를 통해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 부총리는 11월 기한이 만료되는 한일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했다면서도 “향후 규모 등을 일본과 협의할 것이고 일본 측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2023년 12월 1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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