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6 (월)

    “포화 임박, 원전 보관 불가능” 사용후핵연료…‘한국형 처분기술’ 어디까지 왔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국내 원전 내 저장시설, 10년 내 임박 포화

    - 지하 500m 이상 심층처분시설 연구 박차

    - 부피독성 저감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도 주목

    헤럴드경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운용중인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에서 연구진이 논의를 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가동 중인 원전 25기에서 나오는 폐연료봉을 임시로 보관하는 시설이 조만간 포화상태에 임박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 해소를 위해 원전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큰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원자력발전소별 사용 후 핵연료 저장량과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율을 보면 한빛 7619 다발과 84.5%, 한울 7548 다발과 73.5%, 고리 7천471 다발과 92.9%, 신월성 999 다발과 38.6%, 새울 896 다발과 57.4%이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의 경우 52만 6412 다발의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돼있으며 저장시설 포화율은 84.1%이다.

    국내에서 지금껏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원전 내 수조 등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하지만 이는 임시 보관일 뿐, 중간저장시설을 거쳐 최종 처분장으로 이송해 안전하게 처분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지하처분연구시설에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하 500m 심층처분시설 구축 필요=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란 반감기 20년 이상의 알파선과 2kW/㎥ 이상의 열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고 남은 우라늄 연료인 사용후핵연료가 이에 해당된다. 핵 확산 금지 조약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의 동의 없이는 재처리가 불가능하며 영구 처분해야 한다.

    지하에 영구처분하기 위해서는 금속용기에 밀봉한 후 다중방벽을 가진 지하 500m 이상의 심층처분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핀란드는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하기 위해 시운전에 돌입했고, 스웨덴, 프랑스 등도 부지선정과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심층처분은 지질환경 자체를 자연 방벽으로 활용해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로 이동하는 것을 장기간 차단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처분시설이 들어설 지역의 암반 구조, 단층 분포, 지진 특성, 지하수 흐름 등 지질환경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장기적인 지하 환경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가 처분 안전성 확보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이 제정 돼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지하 500m 환경서 안전한지 여부 등을 확인할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도 예비타당성 면제가 확정됐다.

    목표는 중간저장시설을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을 2060년 이전에 운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내 문헌조사와 현장검증을 실시해 지진·단층·화산 등 부적합 지역을 배제하고, 관리시설이 들어설 여건을 갖춘 지역을 공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원자력학회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형 처분기술 솔루션을 제안했다.

    한국형 처분 솔루션은 사용후핵연료를 구리와 주철로 만든 이중 처분용기에 담아, 지하 500m 깊이의 화강암반에 설치한 시설에 처분하는 것으로, 스웨덴, 핀란드 방식과 개념적으로는 동일하다. 다만 처분용기의 구리 두께와 처분용기에 담을 사용후핵연료 다발 수, 처분공 이격 거리 등을 공학적으로 최적화하여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처분장 면적과 처분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을 위한 국내 유일 지하 연구시설(KURT·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을 운용중이다. 이곳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보관하기 위한 구리용기 모형 등 다양한 연구·실험 시설들이 배치돼 있다.

    헤럴드경제

    3만 파운드급 바이브로사이즈 장비 ‘GIN30’이 육상 탄성파탐사를 진행하고 있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성훈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기술개발부장은 “사용후핵연료는 궁극적으로 지하 500m 연구시설을 이용한 심층처분 안전성 실증연구가 필수”라며 “한국은 지금껏 관심도 예산도 부족해 지하 100m 연구시설을 만드는 데 그쳤지만, 이제라도 국제표준에 맞는 지하연구시설(URL)을 준비해야 제때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심부 지질환경 조사와 지질환경 모델링 기술을 바탕으로 처분부지 평가와 장기 안전성 검증을 위한 핵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연구 성과는 향후 국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의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의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방폐물심층처분연구센터장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은 수만 년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며 “심부 지질환경 조사와 지질환경 모델링 기술을 기반으로 처분사업의 과학적 안전성을 검증하고 국제 수준의 처분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파이로프로세싱 일관공정 시험시설 ‘프라이드’에서 연구원들이 시험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부피 5% 수준 저감=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장반감기 원소를 분리하고 차세대 원자로인 고속로에서 연소시킴으로써 고준위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우라늄과 초우라늄 원소 등 재순환 가능한 핵연료 물질을 500∼650℃의 고온을 이용해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분리하는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준위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최종 처분장의 면적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파이로 공정은 고온 공정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라도 전원을 차단하면, 자연적으로 냉각되어 굳게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원자력발전소와 같이 잠재적 열원으로 인한 노심 용융 등의 중대사고 발생가능성이 전혀 없다.

    또한 파이로 운전은 핫셀이라는 두께 1m 이상의 강화 콘크리트벽과 납유리로 구성된 구조물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진 및 각종 사고가 발생해도 방사성 물질의 누출 우려가 없다. 해외 다른 국가에서도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미국과 함께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를 수행중이다. 한국과 미국 공동연구를 통해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제성, 안전성 등 타당성이 입증될 경우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최성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에너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부피와 독성을 저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준위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