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6 (월)

    이슈 맛있게 살자! 맛집·요리·레시피

    맛집 가봐야 노인뿐… 콘텐츠 없인 K-한식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2일 ‘한국 음식관광 활성화 정책토론회’ 열려

    현장의 자성 “한 끼 때우기식 관광은 끝났다”

    외래객 70% ‘미식’ 방한하지만 지출액은 정체

    전문가 “음식·관광·문화 융합해야 사활 걸 수 있어”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광주 남도 음식이 명성이 높다지만 실제 현장에 가보면 노포(老鋪)를 지키는 건 허리가 굽은 어르신들뿐입니다. 내수는 쪼그라드는데 음식 하나만으로 어떻게 버팁니까. 부가 가치가 붙고 콘텐츠가 결합되지 않으면 K-미식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겁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 정연욱·조계원 의원이 공동 주최로 진행된 ‘2026 한국 음식관광 활성화 정책토론회’ 현장에서는 K-푸드 열풍의 민낯을 드러내는 통렬한 자성이 쏟아졌다. 외래 관광객 3000만 시대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지속 불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장내를 압도했다.

    이데일리

    지난 23일 열린 2026 음식관광 활성화 정책토론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먹방 열풍 화려하지만, 로컬 현장은 소멸 위기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정책의 ‘현장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 의원은 “전 세계가 K-푸드에 열광하고 있지만 우리 지역의 식문화 현장은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심폐 소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국가 전략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정 의원은 이어 “현장의 밝은 눈으로 미식 관광의 실태를 점검하고 행정 편의적인 지원이 아닌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입법적 뒷받침에 나서겠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도 음식의 성지인 광주를 예로 들며 정책의 허점을 찔렀다. 안 의원은 “음식 하나만으로는 산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미식에 문화와 예술, 지역의 스토리가 결합되지 않으면 외래 관광객은 ‘일회성 뜨내기’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먹는 행위’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70% 이상이 미식을 주요 방문 목적으로 꼽지만, 1인당 평균 식비 지출은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다. 발제를 맡은 권장욱 동서대 교수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는 미식과 재즈 페스티벌, 아트마켓을 결합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객단가를 높였다”며 “우리도 식재료 생산-가공-체험-관광이 하나로 묶인 ‘로컬 미식 벨트’를 구축해 1차 산업과 3차 산업을 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데일리

    지난 12일 열린 2026 음식관광 활성화 정책토론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 “예약 장벽 허물고 서비스 질 높여야”

    종합 토론의 좌장을 맡은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경희대 교수)은 기관 간 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이사장은 “한식의 세계화와 관광 자원화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라며 한식진흥원의 전문성과 관광공사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된 통합 모델을 주문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더 구체적이었다. 최지아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외국인이 예약조차 할 수 없는 로컬 맛집이 태반”이라며 인프라 격차를 지적했고, 김준성 셰프는 “현장 조리 인력의 전문성 결여가 K-미식의 품격을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소연 CJ제일제당 팀장은 “기업의 마케팅 노하우를 공공 정책에 이식해 K-푸드를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은 “농식품부의 미식벨트, 중기부의 백년가게 등 부처별로 흩어진 사업의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시급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통합 정책 수립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김나나 문체부 융합관광산업과장은 “민관 협력을 통해 외국인 전용 예약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디지털 인프라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디지털과 생태계’를 강조했다. 박 사장은 “캐치테이블 등 민간 플랫폼과의 협업은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관광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식재료 산지부터 셰프의 식탁까지 연결되는 ‘가스트로노미 투어’(Gastronomy Tour)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미식 관광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미식은 지역 경제를 심폐 소생할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평가했으며 조 의원은 “여수 등 지역 고유의 식문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입법 뒷받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석자들은 K-푸드가 프랑스나 일본처럼 견고한 국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맛’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사람, 예술이 결합된 ‘미식 2.0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