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력 파견을 압박하며 오는 31일로 예정된 자신의 중국 방문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도럴의 골프 리조트인 트럼프 내셔널 마이애미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결하기 위해 연일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중국 등에 군함 파견 등을 요구했지만 이들 국가들이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이 문제를 놓고 논의를 했으며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과 전화 통화를 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3월 말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파리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났다.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문제도 거론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동맹국 압박 강화…군함 파견 요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 DC로 복귀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을 만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를 위해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일본, 프랑스, 영국, 중국을 거론하며 이들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어제와 오늘 접촉을 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국가들도 있었고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인 국가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국가들은 기뢰 제거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들 국가들이 그들의 영토, 에너지를 얻는 곳에 와서 우리와 함께 그 영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 참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중국의 참여를 독려하며 이 문제를 3월 말 미중 정상회담과 연계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의 약 90%를 얻는 반면 미국은 극히 소량만 얻는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주요국과 접촉 확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은 주요국과 개별적으로 접촉을 시작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두 정상은 전 세계 비용을 끌어올리는 해운 차질을 끝내기 위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중요성을 논의했다"며 "스타머 총리가 16일 영국을 방문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중동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이날 BBC 방송에 출연해 안전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중요하다면서 "기뢰탐지 드론을 포함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탐지 드론과 요격용 드론 수천 대를 이 지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홍해에서 진행 중인 '아스피데스 작전'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FT가 전했다. 아스피데스 작전은 2024년 2월 예멘 후티 반군의 국제 선박 공격에 대응해 홍해에서 진행 중인 EU 해군의 방어 임무다. 선박 보호와 항행의 자유를 목표로 순찰·정보 제공·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EU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고이즈미 방위상과 전화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 정세의 최근 현황과 전망을 설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일 동맹의 억지력·대처력 강화와 지역 평화를 향한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중동 정세가 주일미군 태세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장관은 자위대도 일본 주변 경계 감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 방위성은 전했다.
다만 방위성은 군함 파견 문제가 의제로 올랐는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중국, 호주, 인도는 회의적
일부 국가들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호주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캐서린 킹 호주 교통부 장관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요청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 방어 지원을 위해 항공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전문가 평가를 인용해 "미국이 더 많은 국가를 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사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는 얼마나 많은 해군이 순찰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총성이 멈추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역시 군사 대응보다 외교 협상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FT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대화가 이미 일정한 성과를 냈다"며 협상이 해협 통항 재개의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뉴델리와 테헤란 간 협상을 통해 인도 국적 가스 운반선 두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그는 "논의와 조율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며 군사적 긴장 고조 대신 외교적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