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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7 (화)

    [SDGs의 엔진, ‘기본소득’ : 존재의 권리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 건강한 삶과 포용적 교육의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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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DG뉴스

    박정인 글로벌 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불안이라는 질병, 경쟁이라는 장벽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3번 목표인 '모든 연령층을 위한 건강한 삶 보장과 웰빙 증진'과 4번 목표인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은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이 목표들과 거리가 멀다. 현대인은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세련된 도구로 변질됐다.

    이 모든 문제의 근저에는 '생존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회에서 건강은 사치스러운 관리가 되고, 교육은 오로지 '취업 시장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불안의 뿌리를 걷어냄으로써, 건강과 교육을 시장의 논리에서 구출해 인간 본연의 권리로 되돌려놓는다. 생존의 공포가 사라진 자리에서만 인간은 진정한 의미의 웰빙을 누리고, 자아를 실현하는 배움의 길로 나설 수 있다.

    사회적 결정 요인으로서의 기본소득과 건강 주권

    건강은 단순히 병원에 자주 간다고 해서 보장되지 않는다. 의학계는 이미 개인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요인 중 의료 서비스의 비중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80%는 주거, 소득, 교육, 사회적 네트워크와 같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빈곤은 그 자체로 가장 치명적인 질병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구성원들의 평균 수명은 낮아지고, 정신적 우울과 불안 수치는 높아진다.

    기본소득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보편적인 처방전이다. 매달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은 취약 계층이 영양가 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유지하며, 예방 의학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전감'이다. 내일의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인다. 기본소득은 질병이 발생한 후 치료하는 사후적 처방이 아니라, 질병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사회적 백신'인 셈이다. 이는 건강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자산 규모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SDG 3번의 정신을 가장 정직하게 실현하는 방식이다.

    교육의 목적을 재정의하다: 인적 자본에서 '인간적 자아'로

    교육(SDG 4) 역시 기본소득을 통해 혁명적 변화를 맞이한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을 산업 현장의 '부품'으로 길러내는 데 치중하고 있다. 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점수 경쟁에 매몰되고, 성인들은 실직의 공포 때문에 끊임없이 '팔리는 기술'을 익히는 재교육 시장을 전전한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배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고역이다.

    기본소득이 보장된 사회에서 교육은 비로소 '자아실현'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되찾는다. 생계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진 시민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탐구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의 주권'을 갖게 된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 받던 철학, 예술, 순수 과학,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시민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은 교육의 기회 균등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교육 수준을 결정하는 구"를 완화하고,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지지 않은 채 자신의 적성을 탐구할 수 있게 돕는다. 평생학습은 이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즐거운 여정이 된다.

    돌봄의 민주화와 정신건강의 회복

    우리의 웰빙을 해치는 또 다른 요인은 독박 육아나 간병과 같은 '돌봄의 고립'이다. 가" 구성원 중 한 명에게 전가되는 과도한 돌봄 노동은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 모두의 건강을 갉아먹는다. 기본소득은 돌봄 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돌봄의 주체들에게 휴식할 권리를 부여한다.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은 가" 내에서 돌봄의 책임을 보다 수평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협상력을 제공하며, 이는 가정 내 폭력 예방과 정신건강 증진으로 이어진다.

    특히 2026년의 고립된 노년층과 청년층에게 기본소득은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는 징검다리가 된다. 경제적 결핍으로 인해 사회적 관계를 단절했던 이들이 다시 광장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게 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고독사와 은둔형 청년 외톨이 문제는 단순히 상담 센터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발판'이 마련될 때, 비로소 상담과 교육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정서적 회복력을 높이는 가장 따뜻한 인프라다.

    공유 지성과 창의적 시민의 탄생

    SDG 4번이 지향하는 또 다른 가치는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 습득'이다. 지식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이를 더 많은 시민이 누리고 발전시킬 때 문명은 진보한다. 기본소득은 시민들에게 '사색할 시간'을 선물한다. 노동의 굴레에서 잠시 벗어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시민들이 늘어날 때 우리 사회의 공유 지성은 깊어진다.

    이러한 창의적 시민들은 기후 위기, 불평등과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이 된다. 생존에 급급한 인간은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지만, 삶이 안정된 시민은 미래 세대와 지구 공동체의 운명을 걱정하는 '행성적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기본소득은 건강한 신체와 깨어있는 지성을 가진 시민들을 길러냄으로써, SDGs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인적·윤리적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치료를 넘어선 치유의 문명으로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인간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든 인간이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누리게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그 물음에 대한 사회적 응답이다. 그것은 인간을 시장의 소모품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로 온전한 치유와 성장의 주체로 대우하는 시스템이다.

    건강과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할 기본권이다. 기본소득이라는 든든한 대지 위에서만 우리는 병들지 않는 마음과 멈추지 않는 배움을 꽃피울 수 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가치는 디지털 대전환기인 지금 더욱 절실하다. 우리가 생성한 데이터가 거대한 지능이 되어 돌아오는 시대, 그 지능의 혜택을 어떻게 소득으로 전환하고 인간의 주권을 지킬 것인가. 이어지는 제8회차에서는 '디지털 공유지와 알고리즘 배당'을 주제로, 인공지능 시대에 기본소득이 어떻게 데이터 주권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새로운 부의 정의를 세우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SDG뉴스 = 박정인 글로벌 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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